[사설]미·중 정상 통화와 북·미 뉴욕 접촉, 대화 분위기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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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미·중 정상 통화와 북·미 뉴욕 접촉, 대화 분위기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8. 14.

한반도 긴장이 연일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로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다소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트럼프는 북한의 도발을 중지시키는 게 급하다고 한 반면 시진핑은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다. 이런 차에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수개월째 비밀접촉을 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북·미 양측이 겉으로는 군사적 수단의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이면에서는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중 두 정상의 통화나 북·미 간 뉴욕채널 가동으로 당장 긴박한 한반도 정세가 누그러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두 정상 간 통화가 고조되는 긴장의 열기를 식히고, 나아가 단기적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다. 지난 4월 북핵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두 정상 간 통화로 사태를 봉합한 바 있다. 이번 통화는 중국 측이 제안한 것으로, 중국의 적극적인 행보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북·미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강력한 도발 자제 신호를 보낸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할 경우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0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등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북한의 괌 공격 발표를 두고 “그(김정은)가 괌에 뭔가를 하려 한다면 지금까지 누구도 보지 못한 일이 북한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드민스터 _ AFP연합뉴스

 

뉴욕채널 가동 또한 마찬가지다. 뉴욕채널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데다 일상적인 연락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양국의 극한 대치 속에서 외교 라인이 수개월간 비밀접촉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고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채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 끊겼다가 북한 억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송환 때 가동된 데 이어 이번에 재가동됐다. 미 국무부의 조지프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대화의 급도 낮지 않다. 북한과 미국의 안보 우려 등 근본 문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외교적 모멘텀을 어떻게 실질적·구체적인 결실로 연결할지 이해당사국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중국의 행보가 중요하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핵 문제를 대화와 담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대로 실현되도록 중국은 적극 노력해야 한다. 특사를 파견해서라도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북·미 간 대화 채널 가동과 미·중 정상 통화로 넓어진 외교적 공간을 활용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오는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메시지를 주목한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의 태도가 중요하다. 백악관은 어제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수단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은 주말 이틀간 발언을 자제했지만 언제 어떤 도발을 감행할지 모른다. 북·미가 진정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즉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부터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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