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핵화 조급증 버리고 남북신뢰를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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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비핵화 조급증 버리고 남북신뢰를 쌓아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 11.

남북한은 그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10년 가까운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교류와 협력의 시대로 재진입했다. 이를 북핵 측면에서 본다면 문재인 정부가 북핵 게임의 새로운 주도자로 등장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도 해결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 해결을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은 남북 사이에 북핵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는 남측의 입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핵보유국으로서 비핵화협상에는 응하지 않으며, 핵·미사일 문제는 북·미 간 현안으로 남한과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남북대화가 남북관계 개선을 넘어 비핵화 대화로 발전하려면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핵화 성과에 대한 조급증이 불거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남북대화가 재개되자 시민 사이에서 비핵화에 대한 때 이른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 냉전적 보수세력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비핵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남북대화는 소용이 없다며 대화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보수세력은 나아가 남북대화 자체에 대해서도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에 말려 북핵 완성 시간을 벌어주는 정치쇼”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비핵화는 긴 여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남북한과 미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복잡한 사안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다. 더구나 남북대화는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남북대화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호의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남북대화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태도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로 발전하고, 비핵화 단계로 진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핵 동결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동결이라는 목표도 결코 달성하기 쉬운 과제는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당장 비핵화가 가시적이지 않다고 남북대화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남북대화와 교류를 확대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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