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여성운동가의 DMZ 횡단 구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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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계 여성운동가의 DMZ 횡단 구상을 지지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12.

올해 초 남과 북의 지도자는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남북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먼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한다”며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의 기반 구축을 위해 민간차원의 지원과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의 통로를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남북공동으로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를 열자는 제의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북대화 재개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새누리당 집권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가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에도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상대가 양보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는 상태가 계속되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일 광복 70주년을 아무 일 없이 흘려보낸다면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때가 아니다. 뭐라도 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_ AP연합


마침 작은 계기가 생겼다. 세계적인 여성 평화 운동가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휴전선에 설치된 비무장지대(DMZ)를 횡단하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어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인 5월24일 한반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한반도 여성 평화 걷기’ 행사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2명을 포함한 10여개국 30여명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5월24일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맞서 대북 제재 조치를 내린 지 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른바 5·24조치 5주년 되는 날 한반도 여성 평화 걷기 행사가 펼쳐진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가 대화와 평화가 제재와 압박, 대결을 덮는 상징성의 차원을 넘어 남북관계 변화를 촉진하는 실천성을 담보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당국이 각각 이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남북 당국간 접촉을 통해 남북이 함께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건 남북대화를 시작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먼저 나서서 이 기회를 적극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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