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린이 수십명 폭사당한 예멘 내전, 이 야만극을 당장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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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어린이 수십명 폭사당한 예멘 내전, 이 야만극을 당장 끝내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8. 13.

지난 9일(현지시간) 예멘 북부 사다주의 자흐얀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탄 통학버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국제연합군에 폭격당해 어린이 29명 등 최소 50명이 숨지고 7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아이들을 태운 통학버스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학습하는 여름캠프를 마치고 모스크로 향하던 길에 시장에서 잠시 멈춘 사이에 폭격을 당했다. 현장에 흩어진 주인 잃은 책가방과 트럭 짐칸에 엉켜 있는 어린이들의 주검,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장면들이 뉴스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6월 27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한 어린이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에 서 있다. 유엔에 따르면 수년간 계속된 예멘 내전으로 1316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쳤다. EPA연합뉴스

 

학교버스를 겨냥한 폭격은 반인도적 전쟁범죄로, 국제사회가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보면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구성 요구 없이 사우디가 자체 조사하도록 해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공습 직후 “예멘 반군 후티가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삼았다”며 적법한 작전이라고 강변하던 사우디에 조사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과 다를 바 없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영국의 카렌 피어스 유엔주재 대사가 “믿을 수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보리가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렇게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안보리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직접 조사에 나서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근절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3년반째 접어들며 장기화되고 있는 예멘 내전으로 수많은 어린이들이 고통당하고 있다. 유니세프가 9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내전 이후 어린이 2400여명이 숨졌고, 3600여명이 부상했다. 병원과 학교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습 때문에 희생이 커질 뿐 아니라 구호가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국제단체들이 접근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는 교전세력들이 어린이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하도록,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말대로 전쟁을 멈추는 것만이 어린이들의 추가 희생을 막는 길이다. 

 

희생을 추모하는 트위터 글들에는 ‘어린이는 타깃이 아니다(#Children#Notatarget)’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말 그대로다. 어른들 간의 추악한 전쟁 때문에 무고한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더 이상 벌어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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