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 핵합의 탈퇴한 트럼프, 북핵도 이렇게 접근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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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이란 핵합의 탈퇴한 트럼프, 북핵도 이렇게 접근할 건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5. 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는 일방적이며 재앙적인 협정으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서 “이 합의로는 이란 핵폭탄을 막을 수가 없다”고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영국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합의 당사국은 물론 유엔 등 전 국제사회가 분노와 실망감을 표시했다. 중동 평화를 위한 획기적인 합의로 평가받는 이란 핵합의를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까지 거부하면서 일방적으로 깬 트럼프의 행동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다는 내용의 선언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_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7월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이 2년여의 협상 끝에 어렵사리 도출해낸 결과물이다.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등 6개국은 대이란 경제제재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합의가 이란 핵위협을 막을 수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합의에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이란의 핵능력 제한을 10~15년으로 한정한 일몰규정을 삭제해 영구적으로 핵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마디로 핵과 미사일을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수준으로 폐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합의 당사국들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평화적 목적의 핵시설은 물론 군사기지까지 제한 없이 사찰하자는 미국의 요구는 주권국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장 이란 보수파가 핵합의를 추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비판하며 트럼프가 이란 체제 전복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가 북핵에 미칠 파장도 우려스럽다. 북한과 이란은 상황이 다르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 있었지만,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완성한 단계에 가 있고, 핵도 보유하고 있다. 북한과의 핵합의가 훨씬 더 복잡하고 이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 핵합의 파기로 믿기 어려운 나라라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미국이 이런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비핵화만 일방적으로 요구할 게 아니라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 방안도 제시하기 바란다. 한·중·일 3국 정상이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연대에 합의하는 등 한반도 당사국들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일 방북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마지막 의제 조율을 하고 있다. 미국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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