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인 몰래 개성공단 가동한 북한의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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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주인 몰래 개성공단 가동한 북한의 행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10. 11.

- 10월 9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중국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도 가동 사실을 숨기거나 부인하기는커녕 “공장들이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어제 “개성공업지구는 명백히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지역으로,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괴뢰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의 자산인 공단 내 공장시설을 몰래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자기네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는 남측 기업들이 자본과 설비를 투자해 북한의 노동자를 종업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예외로 인정한 공업지구이다. 최초의 남북합작 공단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과 화해의 보루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2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한국 정부가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가동 중단은 어디까지나 고육지책의 임시적 조치였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으면 남측 기업들이 다시 들어가 정상 가동할 남측 시설인 것이다. 그럼에도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지는 틈을 타 북한이 주인 몰래 공장을 제멋대로 가동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적 행동이다. 북한은 한국의 공단 가동 중단 조치 후 공단 내 자산 동결을 선언하고 관리·운영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장 가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일방적 선언으로 남의 재산을 탈취한 행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은 공장 가동 중단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북한이 공장을 재가동하려면 남북 간 합의에 의해 한국과 먼저 상의하도록 돼 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공단 내 공장들이 북한 소유라는 억지 주장을 그만두고 남한 당국 및 입주 기업들과 협의해야 한다. 우선 할 일이 이들 공장이 한국의 재산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금강산 관광특구 내 한국 자산도 멋대로 빼앗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을 무시한 채 재산을 몰수하는 막무가내식 행위는 북한의 불량국가 이미지만 심화시킬 뿐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협력에 기여한다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도록 책임있게 행동하기 바란다. 한국 정부는 입주 기업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고 없이 공단 폐쇄를 결정해놓고 해당 기업들의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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