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특사 빈손으로 보내고 테러지원국 재지정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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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중국 특사 빈손으로 보내고 테러지원국 재지정된 북한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11. 22.

미국은 어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북핵 문제에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두 달여에 걸친 북한의 도발 중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으로 형성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한이 자초한 것이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암살하고, 억류하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사건이 직접적 요인이다. 미국의 잇단 대화 요구에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은 냉랭한 태도도 재지정에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중단했지만 이것이 비핵화로 가기 위한 행동이라는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비핵화 협상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하면서 “살인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불량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다시 얻게 됐다. 하지만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북핵 문제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고강도 유엔 제재를 받아온 북한으로선 이번에 제재가 추가된다 해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등 무력시위를 재개하고 이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위기상황이 다시 펼쳐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를 만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북한이 미국에 이어 중국과도 대화를 거부한 것은 북한을 위해서도 결코 이로운 것이 아니다. 성과 없는 중국 특사 파견은 미국이 집착하는 ‘중국역할론’의 한계도 잘 보여준다. 이제 미국은 북한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핵개발을 고집하는 한 북한은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보유국은커녕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불량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북한이 하루빨리 망상을 떨쳐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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