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발언, 동맹균열로 가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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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발언, 동맹균열로 가자는 건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9. 4.

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2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중단하고 곧바로 폐기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한·미 FTA에 대해 참모와 논의하겠다”고 밝혀 모종의 변화를 시사했다. 다만 백악관이 정말로 협정 폐기를 고려하는 것인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엄포용’인지는 불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한 협상이 단 한 차례 열렸는데 협정 폐기를 운운하는 것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22일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미국은 협정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 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조속한 개정협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측은 한·미 FTA가 미국의 적자 원인이 아니므로 양측의 전문가들을 구성해 객관적으로 평가·조사하자고 요구했다. 첫 회의가 불만족스럽다고 곧바로 협상테이블을 걷어차는 미국의 태도는 애초부터 협상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들게 할 뿐이다. 한·미 FTA가 미국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많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한·미 FTA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협정체결 이후 미국의 한국시장 점유율도 8.5%에서 10.6%로 높아졌다. 또 한국의 대미 자본투자는 48억달러에서 129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올 들어 한국 기업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작금의 한반도 주변상황은 더욱 공고한 한·미관계를 요구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한·미 FTA 폐기 카드는 양국 간 통상마찰과 동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한·미 FTA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논의가 경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에 따른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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