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양 남북정상회담 확정, 비핵화 추동력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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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평양 남북정상회담 확정, 비핵화 추동력 되찾아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8. 14.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어 9월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에서 “회담에서 쌍방은 판문점선언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날짜가 공동보도문에 담기지 않은 것은 심각한 이견이라기보다는 미세 조정이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판문점선언에도 담겨있는 ‘가을, 평양 정상회담’을 남북이 차질 없이 이행키로 한 것을 환영한다.

 

‘정상외교의 계절’인 9월에 남북이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답보 중인 한반도 정세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9월에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9월11~13일), 유엔총회(9월18일~10월1일) 등 정상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많다.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등 한반도 문제 당사국 정상들이 어느 자리에서든 만나 협의를 벌일 개연성이 높다. 9월9일은 북한이 대대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북한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

 

상반기 숨 가쁘게 달려온 한반도 정세는 하반기 들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하면서 북·미관계의 틀을 바꿔놨음에도 과거 관성이 남아 후속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의 첫 조처로 핵·미사일 시설 목록을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 조치로 종전선언을 먼저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지켜볼 일이다. 북·미 협상의 교착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면서 판문점선언의 이행도 차질을 빚고 있는 형국이다.

 

관건은 북·미 협상의 의미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이를 북·미 양측에만 맡겨서는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착국면이 장기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때보다 문재인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남북 정상은 5월26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나 좌초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을 살려낸 바 있다. 이번에도 남북 정상이 지혜와 의지를 모아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비핵화협상의 추동력을 살려낼 것을 기대한다.

 

리선권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느라 남북관계 개선작업이 겉돌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통일부는 2년반째 가동중단 중인 개성공단의 설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입주기업인들의 방북조차 막고 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차제에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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