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핵을 정권의 기반으로 삼은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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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시론]핵을 정권의 기반으로 삼은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5. 12.

외빈 없는 초라한 ‘셀프 대관식’으로 비아냥거리가 된 북한의 7차 노동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혹시 협상의 실마리가 나오거나, 이제라도 군사력보다는 쓰러져가는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발언이 나올 것을 기대했던 우리는 또다시 실망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답습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인사 개혁도 별로 없이 오로지 김정은 찬양과 추대로 일관된 행사였다.

우리를 가장 실망시킨 것은 핵보유 선언을 넘어 소위 “책임있는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간주하면서 세계 비핵화에 기여하겠다는 허장성세였다. 북한 정권은 이제 핵·경제 병진노선을 헌법에 이어 당규약에까지 명기했기 때문에 경제적 보상 정도로는 핵을 포기시키기 어렵게 되었다.

단지 김정은이 미국에 한반도에서 손을 떼라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남북 간 군사당국회담 등 대화를 제안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낸 데서 얼핏 드러나듯이 북·중관계가 파국을 맞지는 않을 것을 예견하게 한다. 북한의 통남봉미적 노선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 노선과 부합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 두 강대국은 미국의 ‘지나친’ 한반도 개입을 견제해 왔고 남북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라는 정책 기조를 보여왔다.

따라서 중국이 김정은의 메시지를 이어받아 북한을 설득하면서 미국에 6자회담과 4자회담의 동시 병행 개최를 더 강력하게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미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경우 우리 정부는 난처해질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7차 노동당대회 경축 군중대회를 보고 있다 _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두 가지 우려를 제기한다. 첫째, 정부가 현재 대화보다는 제재에 몰두하고 있는데, 한국이 고립될 수도 있는 데다 제재의 효과도 조만간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리비아나 이란이 태도 변화를 보이는데 30년 이상이 걸렸다. 쿠바는 50년도 더 걸렸다. 특히 이들 세 나라 모두 서방이 1년 이상 인내심을 갖고 집중적인 협상을 벌인 뒤에야 태도를 전환했다. 제재와 함께 협상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북핵 해결보다 우선적으로 시급한 것은 핵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태세 구비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자 기본적인 국가안보 문제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와 2020년대 중반에야 구비될 킬체인을 구상하고 있는데 5분 내에 도착하는 600개의 북한 미사일을 막기에는 매우 불충분해 보인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근원적으로 막으려면 적어도 핵 공격에 대해서는 미국이 자동적이고 즉응적인 핵 보복을 협정으로 보장해주어야 한다. 기한을 정한 뒤 북핵 협상을 진행하고 성과가 없으면 전술핵을 재배치하며, 협상을 계속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재철수할 것을 약속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우리 안보는 우리 스스로 한다는 각오로 북한의 핵 공격 시 재래식 무기로라도 독자적으로 북한의 지휘부를 궤멸시킬 수 있는 정찰·정보, 탄도미사일, 정밀타격, 특수전 능력 등을 신속히 배양해야 한다.

핵 미사일을 예방·억지할 능력을 갖추어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대화가 필요하다. 어차피 거쳐야 할 대화라면 우리가 이를 주도하는 것이 지혜롭다.

이제 김정은에게 핵은 북한 정권 유지의 중추이므로, 협상 성공의 관건은 핵을 폐기한 뒤 재래식 군사력만으로도 북한의 체제 안보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상호안보에 입각한 군사적·외교적 보장이 제안될 수 있느냐에 있다.

과연 우리는 민족 공멸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며 남북 경협을 진흥해 평화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 핵 포기를 동시에 타결할 수 있는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을 국론을 통일해가면서 제안할 수 있을까?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는 북한의 의지뿐 아니라 우리의 결단력과 의지, 통합의 지도력에도 좌우될 수 있다.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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