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국주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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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국주의 시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7. 7.

네오콘(신보수주의)적인 지도자들에게 이끌린 일본은 지금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커다란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경무장(輕武裝)과 통상국가(通商國家)를 기치로 ‘부국(富國)’이면서도 ‘강병(强兵)’에 억제적이던 전후 일본의 안전보장과 국가의 형태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부국강병’에의 길을 앞장서서 밀고 나가는 것은 전쟁 이전의 군부나 군벌이 아니다. 군대와는 관련이 없는, 원래는 ‘제복조(制服組·자위대 간부)’를 통제하도록 돼 있는 ‘신사복조’인 정치가들이며, 그리고 외무성을 시작으로 하는 고급관료 엘리트들이다.

한국의 현대사가 군부로부터 국민의 주권을 빼앗아 문민 통제를 정착시키는, ‘피 흘리는 민주화의 역사’였다고 한다면, 일본은 반대로 문민관료나 문민정치가가 문민 통제를 지렛대로 민주화에 역행하는 군사화의 깃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만이 아니다. 특정비밀보호법의 제정이나 국가안전보장국의 설치, 무기수출 3원칙의 재검토, 군사원조에 연결되는 공적개발원조(ODA)의 재검토 등 지금은 ‘점(点)’으로 연결되고 있는 몇 개의 중요한 시책이나 기관의 설치, 원칙의 재검토를 ‘선(線)’으로, 한층 더 나아가 ‘면(面)’으로까지 넓혀 보면 거기서 떠오르는 것은 분명하게 제국주의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나라의 모습이다.

향후 방위성을 국방성으로 ‘승격’시켜 천황주권이나 국민의 국방의무 등을 포함시킨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면 일본은 과거의 ‘대일본제국’에 다가가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시대착오 또는 격세유전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태를 일본 국민의 대부분이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아베 정권과 민의의 간극, 그 대립은 깊어질 뿐이다. 그러나 ‘군부독재’가 아닌 ‘내각독재’에 브레이크를 거는 세력은 점점 더 왜소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월 24일 도쿄 영빈관에서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ㅣ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새로운 ‘부국강병’으로의 전환 배경에는 세계적 규모의 지정학적인 권력이동(파워 시프트)을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의 도래로 보는 세계 인식이 있음이 틀림없다. 특히 그 진원지가 되고 있는 중국의 눈부신 대두나 일본의 경쟁력을 위협할 수도 있는 한국 경제의 약진 등 일본을 둘러싸고 있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인 권력 이동은 일본의 존재감 자체를 강하게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권력의 이동 속에서 동아시아는 한·중·일 3국의 제휴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원만하게 통합해 가는 동아시아공동체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제국주의적인 패권 분쟁으로 돌진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힘의 각축 게임에 큰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것이 미국이다. 이라크전쟁, 아프간전쟁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리먼 쇼크 등으로 경제적인 우월을 상실하고 있는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위신조차 위협 받고, 더욱이 우크라이나나 중동에서는 압도적인 지도력에 그늘이 생기고 있다. 쇠퇴하는 초강대국 미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에 대한 균형추(카운터 밸런스)로서의 카드로 선택한 것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지지하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용인을 환영하는 오바마 정권의 전략은 한국으로 하여금 강한 반발과 불안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안보’는 중국에, ‘국가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이러한 동아시아의 신제국주의적인 각축 속에서 이율배반적인 입장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 각각 다리 한쪽씩을 걸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일안보를 방패로 정치·군사 대국으로의 방향전환을 하고 있는 일본을 어떻게 견제하면 좋을 것인가. 게다가 북한의 위협과 대치하는 한국으로선 일본과의 제휴는 피할 수 없다. 분명히 제국주의적인 대립 구도 속에서 한국은 어디에 다리를 두고 어떻게 그 존립을 유지해 갈 것인가, 큰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수와 혁신의 대립을 넘은 ‘보수·혁신 공존의 정치세력’을 결집하고 남북 관계를 극적으로 진전시키는 것이 불가결하다. 중국이나 미국, 일본이나 러시아와 같은 제국주의적인 국가의 패권분쟁 속에서 중규모인 분단국가 한국은 국내의 대립을 해소해 ‘분단’이라고 하는 구조적인 제약에 묶이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 안된다면, 한국은 더욱더 제국주의적인 대립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면서 존립 그 자체가 위험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한국은 해방 후 지금까지 없던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강상중 | 일본 세이가쿠인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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