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오바마와 오키나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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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아베·오바마와 오키나와의 싸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2. 11.

지난 칼럼에서 나는 미·일이 미 해병대 후텐마 공군기지를 기노완시에서 북오키나와 나고시의 헤노코로 옮기려는 계획에 대해 썼다. 또 히로카즈 나카이마 현 지사가 작년 말 어떻게 2010년 선거 공약을 깨고 도쿄 정부의 헤노코 기지건설 시작을 승인해줬는지도 썼다.


많은 사람들이 오키나와가 낙심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 사람들이 “아무리 해도 결코 이길 수 없어. 그러니 포기하자”라고 한들,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또 하나의 시험대가 있었으니 1월19일 나고시장 선거였다. 현 시장 이나미네 스스무는 과거에 기지 건설 반대를 공약하고 시장이 됐다. 그에게 도전장을 낸 두 후보는 기지 건설을 지지했다.


아베 신조 정부에 이것은 꼭 이겨야 하는 선거였다. 그들은 당 고위직과 고관들을 내려보내 기지 건설 찬성파 두 후보 중 한 명을 주저앉혀 후보를 단일화했다. 그러고는 당과 정부의 거물들을 보내 선거운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돈이 엄청나게 풀린 것으로 전해진다. 기지 사업에서 한몫 챙겨보려는 지역의 기업들도 자사 직원들을 동원했을 것이다. 급기야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은 기지 건설 찬성파가 이기면 나고시가 500억엔(약 5230억원)을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전체 선거구를 상대로 한 공개적 금품 살포 시도였다. 인구 6만2000명의 작은 도시 나고와 일본이라는 국가의 한판 대결이었고, 막판까지 승패를 알기 어려웠다.



일본 나고시장 선거 (경향DB)



결과는 이나미네의 낙승이었다. 오키나와에 드리운 패배주의는 몇 주일 만에 끝났다. 이것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위대한 선거 승리들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나고는 매수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중앙정부의 보조금 제안을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선거 직후 이나미네는 시장의 권한으로, 도쿄에 이 계획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하는 게 아니라, 더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막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기지 건설과 관련해 어떠한 도로·항만·강 사용도 금지하겠다고 했다. 이 시설은 모두 시 정부 관할 하에 있다. 그리고 그는 기지 건설을 전제로 한 어떤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나미네는 직업 정치인도 시민운동가 출신도 아니다. 그는 원래 나고시 교육청 공무원이었다. 지금도 그는 매일 아침 교통안전 자원봉사자로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고 있다. 여기에 정치에 주는 교훈이 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노’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국민주권과 관련한 시사점도 있다. 도쿄 정부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고시민들의 대답은 ‘아니오, 우리는 이미 결정했습니다’이다.


아베 정부는 스스로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새 기지를 지을 것이라고 미국에 말한다. 그들은 이나미네를 설득하겠다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은 시장의 권한을 빼앗기 위해 법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전경이나 자위대를 보내 공사를 강행할 것인가. 그들은 오키나와 전투 직후 미군이 기지 부지를 확보할 때 쓴 이른바 ‘불도저와 총’의 방식을 쓸 것인가.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고의 상황을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수록 그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오키나와의 기지 반대 운동을 지지하는 올리버 스톤(지난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현장 및 오키나와를 방문했다)과 피터 쿠즈니크 같은 해외 인사들이 선거 이후 연대 서한을 작성해 세계 각국의 작가, 학자, 영화감독 100여명의 연명서를 돌린 것은 그런 점에서 다행스럽다. 이것은 인터넷 청원운동으로 발전했다. 나는 이 청원서를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들의 양심에 어떤 영향을 주리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것은 나고시민들에게 그들이 고립돼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미·일 정상에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그들이 나고에 진입하기 위해 지저분한 수법이나 폭력을 동원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청원서는 http://chn.ge/1ecQPUJ에 있다.


더글러스 러미스 | 미국 정치학자·오키나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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