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뒤에 숨어 ‘금강산관광’ 회피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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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뒤에 숨어 ‘금강산관광’ 회피하는 정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2. 20.

지난 11일 남북 당국회담이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로 결렬된 뒤 정부는 금강산관광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저촉될 수 있다는 논리를 또 꺼내들었다. 이 문제가 결의 위반인지 여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안보리결의 조항은 2가지다. 2013년 1월에 나온 안보리결의 2087에 “제재회피를 위해 대량의 현금을 이용하는 것을 개탄한다”는 내용이 있다. ‘너희들이 외교행낭을 통해 현금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북한에 경고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이어 2014년 3월 나온 결의 2094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 대량살상무기(WMD) 또는 안보리결의 위반 행동과 관련된 대량현금 이동 및 금융서비스 제공을 금지한 것이다.


금강산관광이 시작한지 10년이 된다. 17일 육로 통행로가 왼쪽에 보이지만 관광 중단으로 오가는 차량은 없다._경향DB


이 조항들에서 알 수 있듯이 유엔결의는 정상적인 무역이나 은행을 통한 금융거래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대량의 현금이 유입되더라도 그것이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가 있어야 결의 위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쨌든 관광대금이 핵개발에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부 우려대로라면 개성공단을 포함해 북한과의 모든 상거래가 결의 위반이다.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은 정부만이 할 수 있다. 유엔결의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각국 정부 몫이다. 설사 안보리에 문의한다 해도 “알아서 판단하라”고 답할 게 뻔하다. 이 논란은 시작된 지 2년이 훨씬 넘었다. 검토를 끝내고 결론을 내리기에 너무도 충분한 시간이다. 정부가 아직도 “검토 중”이라는 낡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버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남북관계에서 금강산관광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안보리결의 뒤에 숨어 구차한 변명으로 시간 끌어봐야 북한에 비난 명분만 줄 뿐이다. 현금 지불 대신 사회 인프라 제공을 제안하든, 북한이 금강산관광을 절실히 원하는 것을 이용해 더 큰 것을 받아내든, 재개 불가 선언을 하든 정면 돌파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는 남북관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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