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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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by 경향글로벌칼럼 2014. 8. 4.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르는 치명적인 감염증을 일으키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지역 의료진들조차도 바이러스에 감염해 사망하고 있다. 2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서아프리카의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최소 1202명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중 673명이 숨졌다.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에서 감염자가 나와 비상이 걸렸다고.


25일에는 감염 사실을 모르고 나이지리아로 간 라이베리아 정부 관료가 사망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1억5000만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이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나이지리아의 대도시 라고스에서 에볼라가 발발하면 대재앙이 될 수 있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시에라리온이나 기니, 라이베리아에서 발병하는 것과 라고스에서 에볼라가 발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사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에볼라가 퍼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데.


에볼라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페터 피오트 박사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중부 아프리카가 아닌 서아프리카에서, 시골이 아닌 대도시에서, 그것도 3개국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africatime.com


바이러스가 발견된 1976년 431명이 이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졌고, 1995년과 2000년, 2007년 각각 200명 넘는 이들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대개 사망자가 수명에서 수십명 단위에서 그쳤다. 이렇게 700명 가까운 이들이 목숨을 잃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발병국 주변국가들도 공포에 떨고 있다. 기니에 인접한 세네갈은 지난 3월 이미 국경을 폐쇄했다. 코트디부아르는 내전을 피해 라이베리아로 갔다가 돌아오는 난민 400여명의 입국을 거부, 이들이 ‘에볼라 난민’이 돼버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환자들을 돌보던 의사들도 잇달아 숨지면서 감염 확산을 막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7일 라이베리아의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에볼라 전문의 새뮤얼 브리스베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권위자인 의사 셰이크 칸도 감염돼 전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시에라리온 보건부가 ‘국민 영웅’으로 칭송한 칸 박사는 그동안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 100여명을 돌봐왔다. 


우간다 출신 의사 1명도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감염돼 숨졌고 미국에서 파견돼온 의사 2명도 감염이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약 100명의 의료진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그 중 약 50명이 숨졌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의료진이 바이러스를 피해 달아나는 일도 벌어졌다. 올아프리카닷컴은 최근 라이베리아 카카타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치료를 중단하고 도망쳤다고 보도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


영장류 등 동물을 매개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추정되는데, 체액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옮겨진다. 숙주가 박쥐라는 얘기도 있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숙주조차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1976년 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 당시 자이르의 에볼라 강 주변에서 처음 발견돼 에볼라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전신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장기가 손상되며 1~2주 안에 사망한다. 치사율은 무려 50~90%에 달한다. <아웃브레이크> 등 영화의 소재로도 다뤄져서 이름은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가 규명되지 않은 데다 치료법이나 백신도 없다.


-치사율은 높지만 대규모로 확산된 적은 없었다는데, 왜 최근에 이렇게 많이 퍼진 건지.


초반에 확산을 막지 못한 게 가장 컸던 듯하다. 최근 유행한 전염병들 대부분이 항공 여객이 늘면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빠르게 전파되는 양상을 보였다. 난민 이동이나 여행자들 이동 때문에 서아프리카 여러 나라로 퍼지고 있는데, 예방이 쉽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나이지리아에서는 공항에 격리실을 만들어 입국자들의 예후를 살피고 있고, 에볼라에 감염돼 숨진 남성이 도중이 들렸던 토고에서도 당국이 에볼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하지만 현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입국자의 건강을 관찰하는 것이 에볼라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불행하게도 에볼라의 초기 징후가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와 등 다른 질병과 비슷해서 의료진의 초기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보건 전문가들은 공항에서의 입국자 관찰이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2~21일이어서 바로 진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주민들의 인식 부족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발병국들은 모두 세계 최빈국이고 주민 교육수준이 낮으며 보건 인프라도 극도로 열악하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의료 인력과 장비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한다. 또 주민들이 이 질병을 두려워하고는 있지만 정작 병에 대해서는 잘 몰라 아무 효과가 없을뿐더러 심지어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전염병학자 미셸 반 헤르프는 “심지어 이곳 사람들은 의사들이 질병을 불러오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시골마을 주민들이 의료진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길을 막고 다리를 없애는 일도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주민들이 사망자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씻어서 묻는 것도 시신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가 퍼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기니의 구호기구 활동가 이브라히마 투레는 현지 매체 아프리카기니에 “마실 물조차 없는 이곳 사람들은 손을 씻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빈곤한 지역들인데... 전염병이 퍼져 더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닌지.


이곳 경제는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이 지역에 광산을 두고 있는 런던마이닝과 아프리칸미네랄 등 외국 기업들은 일부 인력을 현장에서 철수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올 상반기 기니 경제활동이 위축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농민들이 바이러스를 피해 떠나면서 농업에 크게 의존하는 시에라리온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남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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