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멜라니아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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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여적]멜라니아의 반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6. 19.

한·일 과거사를 미화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달리 부인 아키에 여사는 ‘친한파’였다. 한류 사랑이 유별나 배우 박용하씨가 요절했을 때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아베 정부의 원전 확대에 반대한다는 글을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로 인해 부부싸움까지 했다. 이른바 ‘가정 내 야당’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일본 우익으로부터 ‘국가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그래서일까. 2015년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합의를 한 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한국인들은 배신당했다며 가슴을 쳤다.

 

“아이들에게 손 떼라” 미국 텍사스 토닐로에서 17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불법 입국자 자녀에 대한 격리 수용 정책에 항의하며 “아이들에게서 손을 떼라”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토닐로 _ 로이터연합뉴스

 

역대 대통령 전기를 보면 부인들은 충돌하는 요구에 직면한다. 남편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직언해야 한다거나 정치에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전기에서는 부인이 대체로 훌륭한 가정 내 야당 역할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에 대해 “내 옆에 지독한 야당 총재께서 앉아계시니 조심들 합시다”라는 농담을 자주 했다. 실제로 육 여사는 1963년 박 전 대통령이 군정연장을 시도하자 주미대사에게 미국이 반대하도록 설득하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가장 엄격한 비판자로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대통령의 건강을 지나치게 챙기면서 심기를 거스르는 정보를 차단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 어쩌면 ‘오만한 안방권력’과 ‘현명한 조언자’는 종이 한 장 차이인지도 모른다.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 AFP 연합뉴스

 

불법 입국한 부모와 자녀를 따로 수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반대했다. 그녀가 “국가는 가슴으로 통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를 압박하자 워싱턴 정가는 놀란 표정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전적으로 인권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녀는 슬로베니아 이민자이기도 하다. 지난 3월에는 사이버 괴롭힘을 악으로 규정하고 백악관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트위터를 계속해온 남편에 대한 명백한 ‘반란’이다. 그녀는 회의에서 “옳다고 알고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밀랍인형’으로 살아가지 않을 것을 선언한 셈이다. 기록에 따르면 부인의 반대는 관철된 적이 많지 않다. ‘멜라니아의 반란’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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