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오바마의 쿠바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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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여적]오바마의 쿠바 방문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3. 21.
30대 초반의 피델 카스트로가 이끄는 쿠바 혁명군은 바티스타 독재정권의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맞서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갔다. 가난한 농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쿠바 혁명군은 1959년 1월 혁명에 성공했다. 한때 세계 젊은이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피델 카스트로는 지독한 반미주의자였다.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서 약 145㎞ 떨어진 쿠바에서는 혁명 성공 후 미국 기업가들의 재산이 몰수됐고 양국 관계는 1961년 끊겼다. 쿠바와 단교한 미국 대통령이 바로 존 F 케네디였다.

‘검은 케네디’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역사적인 쿠바 방문길에 나섰다. 오바마는 진보적 이미지의 케네디를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꼽는다. 케네디가(家)도 오바마의 적극적 후원세력이었다. 오바마는 2013년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일 대사에 케네디의 장녀인 캐롤라인 케네디를 기용했다. 이런 오바마가 임기 마지막 해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한 것이다. 미주 대륙에 남아있던 마지막 냉전구도를 깨기 위한 결단으로도 평가되나 쿠바의 자생적인 변화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피델 카스트로는 2006년 장 출혈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하자 혁명동지이자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권력을 넘기기 시작했다. 오바마에게 레드 카펫을 깔아준 라울 카스트로는 경제적 실리를 위해 적성국인 미국과 수교할 정도로 실용주의적 면모를 발휘했다.

반가움의 손 인사 쿠바 아바나 시립박물관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링컨의 초상화 앞에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_AP연합뉴스

‘역사에 갇혀 있지 않겠다’는 오바마의 쿠바 방문이지만 오바마와 피델 카스트로 간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다. 전설적인 혁명투사 체 게바라와 공산주의 이념을 자신에게 소개했던 동생의 대미 접근을 외면한 것인지, 오바마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것인지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다. 혹시 피델 카스트로가 영원한 반미주의자로 역사책에 기록되기를 희망했던 것은 아닐까. 오바마의 쿠바 방문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래도 미국과 북한을 바라보면 미국과 쿠바 관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진전이다. 1960년 수교한 북한과 쿠바는 가장 가까운 사회주의 우방국가다. 미국과 쿠바는 서로 ‘적과의 악수’를 청했건만 미국과 북한 간 악수는 언제쯤 볼 수 있는 것일까.


오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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