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제주도도 뛰어든 북·미정상회담 유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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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여적]제주도도 뛰어든 북·미정상회담 유치 경쟁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3. 12.

독일 ‘제3제국’ 시절인 1933년 아돌프 히틀러 총리와 폴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베를린 부근 포츠담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 이들의 의기투합으로 독일 군대와 나치즘이 손을 잡았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됐다. 독일은 참담하게 패했다. 1945년 미국·영국·소련의 3개국 정상들은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포츠담에 모였다. 나치가 깃발을 올린 곳이 퇴출 결정의 장소가 된 것이다. 또 이 회담의 결정 사항인 무조건 항복을 거부하는 일본에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일본은 두 손을 들었다. 항복 조인식이 열린 곳은 도쿄만 요코하마에 정박 중이던 미국 전함 미주리호 선상이었다.

 

제주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서냉전의 전환기인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덩샤오핑 주석은 미국 워싱턴에서 만났다. 정권을 이어가며 양국 수도에서 만났다. 핵군축의 주역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서기장 간 회담 장소는 3국인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였다. 서로에게 부담되는 곳은 피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장소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는 비무장지대(DMZ)와 판문점, 제주도 등이 거론된다. 비무장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 때 가려 했으나 기상이 나빠져 포기했다. 판문점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장소로서의 상징성이 있다.

 

제주도.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주도는 김 위원장의 외가 쪽 고향이다. 북한에 감귤 보내기 운동으로 ‘평화의 섬’이란 이미지도 갖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들이 회담장 유치홍보에 나섰다. 국외의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꼽히는 스웨덴은 남북 수교국으로, 북한에서 미국의 영사업무를 대행해왔다. 방북했다가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송환을 위한 북·미 교섭도 스웨덴에서 열렸다. 스위스 제네바는 김 위원장이 유학한 곳이자 북·미 제네바합의가 성사된 장소다. 중국 베이징도 거론된다. 모두 북·미 양국과 역사적 인연이 있거나 평화의 상징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역사적 장소가 된다. 세계 각국이 유치경쟁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가급적 한국에서 열렸으면 한다.

 

<박종성 논설위원 p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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