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그리고 "한국 대선과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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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그리고 "한국 대선과 BBK"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9. 5.
-위키리크스가 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군요. 새로운 외교전문들이 공개됐는데... 지난번 한국 대선과 BBK 관련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 측이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미국에서 복역 중이던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을 미뤄달라고 이 후보가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2일 공개한 미 국무부 기밀 외교전문에 따르면 당시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이던 유종하 전 외무장관이 2007년 10월25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논의를 했습니다.
유종하 전장관은
대선 전 김씨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정치적 충격이 ‘폭발적’일 것이라면서 버시바우 대사를 설득했습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었죠. 이 의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요.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약 일주일 뒤 유종하 전장관을 다시 만나 이명박 캠프 측의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가 김경준씨를 송환하기로 2005년 말에 이미 결정한 상태이고 “송환을 미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유종하 전장관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라크 파병을 확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문은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BBK 주가조작 의혹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큰 위기에 처할 걸로 봤다는데.

미국이 2007년 대선을 전후한 시점에 BBK 사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고 합니다. 대선 직전·직후에 주한 미국 대사관이 이명박 대통령과 BBK에 관해 지속적으로 보고한 내용이 전문들에 담겨 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 대선을 아흐레 앞두고 국무부에 보고한 전문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 당선된다면 특검수사를 받은 첫 대통령이 될 것이다
, “만약 특검이 이 후보를 취임 전에 기소할 경우 그는 형사상 피의자가 된다”고 썼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선을 알리는 미 대사관의 대선 당일 보고에도 BBK가 등장합니다. 미 대사관은 “이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지만 BBK 스캔들로 인해 집권 초기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봤다는 거죠.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문에 미국 측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는데.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 버시바우 대사와 박근혜 전 대표가 설전을 벌인 일도 공개됐습니다.
당시 박 전대표가 쇠고기 협상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박 전 대표는 “나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그 점을 확신시키는 데 실패했다”, “촛불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좌익(left-wing) 활동가들은 아니다”라고 했다는 겁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런 발언을 한 박 전대표에게 실망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친 미국 입장은 미국 측에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버시바우 대사를 만나서 당시 노무현 정권을 가리켜 “반미감정으로 만들어진 정권”이라고 말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2006년 전문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노무현 정부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두 여중생 사건, 효순 미선양 사건으로 생겨난 반미 감정으로 만들어진 정권이라고 말했다”며 “이 시장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경멸을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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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한국을 미국에 묶어두기 위한 것이다.... 라는 내용도.

주한 미국 대사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다음 세대를 위해 한국을 미국에 묶어놓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로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2009년 9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에게 보낸 극비 문서에서 “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에 한국을 미국에 묶어두는 상징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자유무역으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 이외에 정치적인 효과를 미국이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 거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미 FTA를 체결하기를 강력히 바라고 있었다는 겁니다.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이 유럽연합이나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과 FTA를 맺는 사이 미국만 그렇지 못하면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말 한미 FTA 재협상을 할 때에 우리만 시급히 원하고 미국은 원치 않는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를 많이 했는데, 실상은 우리가 이것저것 내줘야만 성사될 상황은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정부가 협상전략에서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2006년 선정된 한국군 무기도입에도 미국 대사관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난 2006년 11월 선정된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사업과 관련된 건데요. 미국 대사관이 보잉사가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당시 1조5000억원 규모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에는 미국 보잉사와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타 등이 수주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6년 3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이 보잉코리아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미 양국의 안보를 위해 보잉사 것을 채택하는 게 유리함을 한국 정부에 강조했다고 합니다.
버시바우 대사가 직접 나서서 한국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은 “대사가 적절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방장관, 외교장관 등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이 사업은 보잉사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김향미의 ‘산문형 인간’] 미국 외교전문은 이렇게 생겼다 
[경향 미디어로그] 위키리크스와 언론 


-위키리크스가 이번에 공개한 외교전문은 몇 건이나 되는지. 어산지가 독단적으로 공개한 거라던데.

예, 위키리크스가 외교전문 공개하기 시작한 게 어느새 1년 전이 됐는데요. 지난달 25일에 위키리크스는 창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 국무부 외교전문 10만건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편집되지 않은 원문자료 그대로의 미국 외교전문 25만건을 모두 공개해버렸습니다.
위키리크스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해서, 자기네 웹사이트와 미국 뉴욕타임스·영국 가디언·프랑스 르몽드·독일 슈피겔·스페인 엘 파이스 등 5개 언론사를 통해 외교전문을 공개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9개월 동안 그렇게 해서 공개된 것이, 총 9만7000여건이었습니다.
위키리크스 측이 당초에 25만여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는데 1년 가까이 지나도록 절반도 공개되지 않았던 거죠. 이건 너무 속도가 느리다는 판단을 해서, 아마도 다시한번 언론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격 공개를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미편집된 전문을 공개하다보니 외교전문에 나온 정보제공자들의 신원이 위험해질 소지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위키리크스와 당초 계약했던 5개 언론사는 대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공개가 되어버린 곳이고, 당분간 공개된 전문 내용들에 대한 기사가 또 쏟아져나올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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