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대사, 북한 미사일 막을 생각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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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대사, 북한 미사일 막을 생각은 있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9. 22.

오준 주유엔대표부 대사가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일반적인 무역은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데 제재 폭이 점점 넓어지고 그런 부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대북제재가 정상적인 무역거래를 제한하는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엔이 특정국의 수출입을 차단하는 극단적인 제재를 가한 경우는 1991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거의 유일하다. 이 제재로 이라크의 국가 기반시설은 완전히 파괴됐고 100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그중 절반은 어린이였다. 1996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은 이처럼 가혹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한 제재가 가치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할지도 명확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회원국도 아닌 한국 대사가 안보리 제재 내용을 예단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활동의 범위를 넘어 일반적인 무역 거래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나치다. 이 같은 제재가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줄지 생각해봤는지도 의문스럽다.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민간인들에게 고통을 주는 비인도적 행위(collective punishment)는 제네바협약 위반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에서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_연합뉴스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의 도발은 북한 스스로 붕괴를 재촉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별러왔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혹한 제재를 가할 태세다. 이 같은 정부 태도에는 ‘통일로 북한의 핵·인권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이 오버랩된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그때 국제사회와 그에 합당한 제재를 논의하면 된다. 지금은 제재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 북한의 발사를 저지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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