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민주주의, 공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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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목수정의 파리 통신

이슬람과 민주주의, 공존할 수 있는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8. 23.

“이슬람과 민주주의는 공존할 수 있는가?”


이 ‘똘기’ 충만한 질문은 긴 여름휴가 후 가진 올랑드 정부의 첫 번째 각료회의에서 내무부 장관 발스가 던진 것이었다. 태양 아래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들을 마주하며 화기애애하게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충격으로 술렁였다. 발스 장관은 이어서 “가족 이민이 아프리카 인구정책에 야기하는 문제와 이것이 유럽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가족이민법 개정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자신의 돌발 발언이 의도하는 구체적인 발톱을 드러냈다.


아프리카에서 알제리, 모로코를 비롯해 20개의 식민지를 거느려왔던 프랑스의 역사는 수많은 아프리카의 값싼 노동력을 끌어들여 이들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용해왔다. 일하러 프랑스에 온 남자를 따라 나머지 가족들이 이주하면서 프랑스 내의 이슬람 인구는 10%대에 이르게 된다. 우파에서는 바로 이 이민자들이 프랑스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어려움의 근원인 것처럼 둘러대왔지만, 이런 주제가 버젓이 사회당 정부의 각료회의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일종의 사고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다른 모든 장관들의 반대입장은 명료했고, 올랑드 대통령도 가족이민법 문제를 재검토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표명했다. 녹색당 출신의 세실 뒤플로 주택부 장관은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는 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고 즉각적으로 발스 장관을 공격했고, 한국 출신 입양인이기도 한 장 뱅상 블라세 녹색당 상원 대표도 발스 장관이 사회당 정부에 무질서를 초래하고 있다며 꾸짖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그르노블을 찾아 이민자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


발스 장관이 이 같은 문제적 발언을 내뱉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내무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인종주의자적인 그의 면모는 충분히 관측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내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올랑드 정부의 속마음은 좌우 양쪽에 양다리를 걸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발스가 부려온 만용의 배경은 높은 지지도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그의 지지율은 최근 61%까지 치솟아 명실상부 가장 인기있는 사회당 정부의 스타로 인정돼온 것이다.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이 경제위기의 수렁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프랑스에서 사람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염원해왔다. 그 덕에 사르코지가 당선됐으나 그는 지나치게 상식을 벗어난 정치적 광대였기에 민심을 거듭 이반하면서 재선에 실패한다. 그러나 올랑드는 지금의 무기력한 프랑스를 바꾸어 놓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의 지지율은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을 거듭해왔다. 올랑드 내각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받는 발스는 도발적인 우파적 발언과 야심을 숨기지 않는 저돌성 면에서 사회당의 사르코지라 불려왔다. 이런 현상을 프랑스의 우경화 신호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극좌로 분류되는 좌파당의 지도자 장 뤽 멜랑숑의 치솟는 인기를 설명할 수 없다. 좌로든 우로든 사람들은 선명하고 확고하게 변모하는 프랑스를 원한다는 사실을 양극단의 정치인들이 누리는 인기는 말해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민자 차별적 발언으로 저속한 인기의 이삭을 주워보고자 하는 발스 또한 이민자 출신이라는 것이다. 사르코지가 헝가리 출신이었던 것처럼 발스는 스페인 출신이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후 20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문득 발스의 이 무개념 발언들은 얼마 전 국정조사에서 ‘광주의 경찰’ 운운하는 무개념 발언을 내뱉은 조명철 의원을 떠오르게 한다. 탈북자 출신 의원인 그가 그토록 오버해야 했던 이유는 발스 장관이 번번이 돌발성 발언들을 내뱉어, 주목받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이유와 같은 뿌리를 지닌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조명철




목수정 | 작가·파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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