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현수의 쓸쓸한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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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손제민의 특파원 칼럼

입양아 현수의 쓸쓸한 무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7. 6.

미국 메릴랜드 다마스쿠스의 공동묘지에는 이름 없는 무덤이 하나 있다. 자세히 보면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의사가 매장 후 꽂아둔 작은 식별 명찰이 풀에 둘러싸여 있다.

 

이름: 매덕 현수 오캘러핸, 출생: 2010517, 사망: 2014214, 나이: 3.”

 

한국인 입양아 김현수군은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입양부모의 결정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고 가벼운 몸을 이곳에 뉘었다. 장례식은 없었다. 현수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뒤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겨졌고 위탁모 손에서 자랐다. 한국인 위탁모는 현수가 장애 때문에 국내에서 입양되지 못한다면 자신이라도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홀트아동복지회는 해외입양을 택했다.

 

연합뉴스

 

 

201310월 그를 입양한 부모는 미 국가안보국(NSA) 한국과장 브라이언 오캘러핸 부부다. 현수는 양모인 제니퍼 오캘러핸과 애착관계가 형성됐지만 양부와는 그러지 못했다. 양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가 욕조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고 진술했으나 부검 결과 구타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돼 1급 살인, 1급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년여 재판 과정에서 플리바겐(양형협상)으로 1급 살인죄를 벗는 대신 1급 아동학대 유죄를 인정했다. 1급 아동학대는 최고 40년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결심에서 변호인은 그가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게 됐다며 감형을 요청했다.

 

오캘러핸은 NSA 근무 전에 1997~2004년 해병대로 복무하며 이라크전에 9개월 동안 참전했다. 그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참전미군 250만명 중 PTSD 진단을 받은 50만명에 속한다. 감형 요인들은 정상 참작될 가능성이 높다. 변호인은 정신병력 입증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선고를 늦춰달라고 했고 4월로 예정됐던 선고는 19일로 미뤄진 상태다.

 

어릴 때 미국에 입양돼 자란 애나레이 애머로스(한국명 이난희)는 현수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운 좋게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란 입양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현수의 묘에 작은 비석이라도 세워주기 위해 분투 중이다. 입양인 커뮤니티에서 약 1400달러를 모았다. 하지만 묘비 설치는 입양부모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오캘러핸 부부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까지 나서 주선하고 있지만 부부는 아직 답이 없다.

 

현수는 어쩌다 이라크전의 상처를 가진 부모에게 입양되었을까. 미국 검찰은 입양 과정의 적절성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홀트아동복지회 한국사무소는 현수 사망 후 2주 만에 내놓은 애도성명 이외에 어떠한 물음에도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들은 이 사건으로 보건복지부의 특별감사를 받는 등 이미 대가를 치렀다는 취지의 설명도 따랐다.

 

2009~2011년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은 세계 3위인 37623명이다. 미국 입양은 선교사 해리 홀트가 1955년 한국전쟁 고아 8명을 입양하며 시작됐다. 지금까지 해외 입양된 17만명 중 12만명이 미국으로 향했다. 60년이 지나며 전쟁고아라는 원인이 사라졌음에도 거대한 입양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만들어진 제도의 이해당사자들이 해외입양이 줄어들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캐서린 조이스는 <구원과 밀매>에서 복음주의 기독교가 선의로 포장한 입양이라는 미션이 어떻게 국제입양 산업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준다.

 

아동복지 업무를 담당한 한 정부 관리의 얘기다. “한국은 해외입양 중단 선언을 이미 했어야 한다. 국내입양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하는 장애아동 입양도 핑계이다. 우리 보호체계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에 그들을 해외로 밀어내는 것이다. 이들을 밀어낼수록 우리의 보호체계는 그만큼 개선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손제민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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