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 속내, 그리고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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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중국의 한한령 속내, 그리고 한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2. 28.

중국에서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떠오르던 드라마 <도깨비> 방송분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 공유의 웨이보가 검색 1위에 오르고, OST가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화제 중심에 있던 드라마다. 최근까지 웨이보에 올라온 영상파일로 모두 볼 수 있었으나 얼마 전 삭제되고 홍보 동영상만 남았다. 저작권 문제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이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한한령이 TV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며 ‘죽의 장막’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쿠(優酷), 아이치이(愛奇藝) 등 중국 동영상 공유사이트에서는 한국 프로그램의 신규 업로드가 중단됐다. 예능프로그램은 지난해 방영분까지만 볼 수 있으며 올해 방영분은 접속되지 않는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피노키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온라인으로 방영한 중국 내 온라인 투도우(土豆) 고위 관계자는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한한령과 관련 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면서 “외교부 대변인이 말한 것처럼 아무래도 중국 인민들의 감정이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방송사와 방영을 논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묻자 “논의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태양의 후예>를 온라인으로 독점 방영해 톡톡히 득을 본 아이치이도 한국 콘텐츠 방영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tvN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한국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중국판인 저장TV의 <달려라 형제>는 최근 시즌 5에 들어가면서 제목을 <달려라>로 바꿨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것도 한한령과 관련 짓는다. <나는 가수다> 중국판은 제목을 <가수>로 바꾸었고, <보이스오브코리아>와 똑같은 포스터를 썼던 <중국의 목소리>도 디자인을 변경했다.

 

그동안 중국 내 콘텐츠 한류는 체계적인 공략보다는 행운에 기대온 측면이 많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시작으로 <대장금>, <가을동화>가 전성기를 이끌었고, 한류가 위기에 빠졌다고 할 때마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같은 메가 히트작으로 생명력을 이어왔다.

 

중국 정부는 한국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 한류 스타의 출연을 막거나 각 지역 위성TV에 한국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못하게 하면서 한한령의 강도를 점점 높여왔다. 이제 온라인 한류까지 제한받게 됐다. <런닝맨>은 2011년 중국 특집을 시작으로 상하이, 마카오 등에서 촬영하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는데 인터넷 방영조차 막힌 셈이 됐다. 제작사인 SBS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태후 신드롬’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불어닥친 한파는 중국으로의 문화수출이 정치바람에 얼마나 쉽게 휘둘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여전히 ‘당국의 입김’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다. 게다가 한한령을 사드 때문에 벌어진 일로만 여길 수도 없다. 베이징 고위 외교 소식통은 27일 “정치적 요인(사드) 외에 중국 예능프로그램 육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내 ‘한류 시장’은 대략 1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사드나 자국산 콘텐츠 키우기를 넘어, 중국이 한류를 ‘동아시아 문화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 23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한한령은 동아시아를 통제하고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끝없는 싸움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문화상품이 중국시장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중국시장을 버릴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상하이에서 벗어나 중소도시들로 시장을 확대하고, 대륙 시장이 얼어붙으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 대만과 협력해 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식의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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