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협론의 허와 실
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오관철의 특파원 칼럼

중국 위협론의 허와 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5. 19.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남중국해가 격랑에 휩싸였다. 미국은 중국발 해양위협을 거론하고, 중국은 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일이 동맹을 격상시키고 중·러가 동맹수준의 밀월 관계를 구가하는 상황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중 간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남중국해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원유 수송로인 데다 한반도에 영향력이 큰 미·중 간 ‘그레이트 게임’의 격돌장이란 점에서 우리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중 간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고개를 드는 게 중국 위협론이다. 미국이 아시아 회귀전략을 본격화하는 이유도 중국 봉쇄가 목적이다. 미국이 그동안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킨다는 구실로 세계 도처에서 군사 작전을 벌여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패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했지만 미국 위협론은 중국 위협론만큼 화두로 떠올랐던 것 같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는 미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글로벌 가치를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잘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국이 글로벌 규칙 제정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미국이 주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국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다른 가치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패권을 장악하고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강대국이 되어선 안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중국에서 살다보면 ‘정말 중국이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반체제 인사에 대한 도를 넘는 탄압, 시민사회와 언론 통제, 일당 체제하의 뿌리 깊은 부패 토양 등은 중국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요인들이다. 중국 지도자들이 “팽창주의는 중국의 유전자에 없다”며 절대로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내치는 외교의 발목을 잡는 무시 못할 요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에 타성적인 시각을 고수하는 한 중국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의 실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중국의 영향력이 소멸되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 국력에 맞는 외교를 펴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며 중국의 힘으로 볼 때 미국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중국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기존 질서의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중국 원유 수입의 80% 이상은 아직까지 미국 해군이 통제하는 말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들어와야 한다. 중국이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에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인공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나 파키스탄에 항구를 확보해 원유 수송로를 다변화하려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베이징 사범대 제2부속중학교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탁구를 배우고 있다. _ AP연합


국가 간 관계에서 자신들은 아무리 악의가 없다고 해도 다른 나라가 쉽게 믿어주긴 힘들며 이는 정상적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 주변국의 불신과 의혹을 해소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 역시 중국 위협론을 의도적으로 악용해선 안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양국 간 대화채널이 경제, 인문교류, 군사, 법집행 등의 분야에서 90여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한 중국 학자는 “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무력충돌이 발생해선 안된다는 점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중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은 자명하고 우리가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은 불가피할 수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한국 방문 중에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해 우리에게 대중 외교의 최대 부담 요인 중 하나인 사드 문제가 또다시 돌출했다. 우리가 중국 위협론에 경도돼 중국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미국을 멀리해 중국으로부터 가벼이 취급당해서도 안된다. 오로지 현실주의에 입각해 국익을 우선으로 외교를 펴야 한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