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노인 인구폭탄' 어떤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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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지구촌 '노인 인구폭탄' 어떤 영향 미칠까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0. 15.
세계는 지금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로 인한 ‘신생 인구폭탄’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노인층에 따른 ‘노인 인구폭탄’을 맞고 있다고 미국의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1월호 최신 기고문에서 지적했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에 우리의 선입견 중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기고문을 쓴 필립 롱맨은 ‘뉴어메리칸’재단의 연구원이자 출생률 문제를 다룬 책 ‘빈 요람’(Empty cradle)의 저자이다.






■“전세계는 지금 노인 인구폭탄을 안고 있다”

“어떤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1970~80년대에 수억명의 인구가 기아로 사망할 것”이라고 폴 에를리히는 1968년 저서 ‘인구폭탄’을 통해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세계의 인구증가율은 1960년대 2%대에서 현재 1%대로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많은 나라에서는 인구감소마저 걱정하고 있다. 이제 인구학자들의 관심 초점은 인구규모 축소다.

향후 40년간 인구규모가 현재 69억명에서 91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유엔에서는 전망하는데, 이는 출생률의 증가가 아니라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전세계 5세이하 인구의 숫자는 21세기 중반에는 4900만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60세이상 노인인구의 숫자는 12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수명연장의 효과이기도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의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는 과거의 급속한 인구팽창만큼이나 급격한 인구규모 축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1991년 대비 인구규모가 700만명 감소했고, 일본의 경우 현재의 저출산 추세가 계속된다면 2959년에 마지막 아기가 태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최근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는 2070년에 인구축소가 시작된다고 한다. 2150년이면 세계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유엔은 내다보고 있다.

■“노화는 단지 선진국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만 고령화의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세계 59개국이 현재 인구수준을 유지하기에 부족한 출생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중 18개국은 유엔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나라다.

사실 여러 개도국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 1970년대에 여성 1인당 7명을 출산했으나, 현재는 1인당 출산율이 1.74명에 불과하다. 현재와 비교할 때 이란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현재 7.1%에서 28.1%로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같은 기간 서유럽 국가들의 고령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여타 선진국들과 달리 이란, 쿠바, 크로아티아 등의 국가는 노령화 이전에 충분한 부를 축적하기 어렵다.

이처럼 경제수준과 상관없이 전세계적으로 저출산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으로는 ‘도시화’가 꼽힌다. 전세계 인구 절반 가량이 현재 도시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생활비용이 비싼 도시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다른 이유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사회보장제도의 발달이다. 국가에서 연금을 보장함에 따라 많은 아이를 낳아 자신의 노후를 의지하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구감소로 재앙을 맞게되는 지역에는 아시아도 포함”

서방보다 아시아 지역의 전망이 훨씬 좋지 않다. 일본의 경우는 일찌감치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으며, 한국과 대만은 15년 뒤 인구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심각한 인구감소에 직면한 싱가포르는 첫째 또는 둘째를 출산한 여성에게 최고 3000달러의 ‘베이비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으며, 세번째와 네번째 아이를 낳을 경우 4500달러를 선물로 안기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조부모 4명, 부모 2명, 아이 1명의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인구가 많음에도 마치 초기 미국의 서부에서나 벌어졌던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여아에 대한 선택적 낙태로 인해 현재 남아 숫자가 여아 100명당 16명이 더 많다. 인도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된다. 짝을 찾지 못한 남성들의 리비도는 다른 배출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국가 랭킹)




■“나이들어서도 더 오래 일하면 된다는 것, 건강할 때나 가능”

전문지 ‘헬스 어페어스’에 실린 랜드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50~65세 인구 중 40% 이상이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 일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는 10년 전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아마도 노인인구의 건강 상태는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1995~2000년에 성인비만 인구는 2억명에서 3억명으로 증가했는데 이중 1억1500만명이 개도국에 살고 있다.

과체중 인구는 전세계 10억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에 따라 심장병이나 당뇨병 등 성인질병의 위협은 갈수록 늘어난다. 패스트푸드 문화와 자동차, TV와 컴퓨터 등의 문명의 이기가 이같은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 것이다.

■“고령화 세계는 평화로울 것이란 예상은 틀렸다”

마크 하스와 같은 학자들은 ‘고령화 시대의 평화’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리는 다음과 같다.

“아이를 하나만 둔 가정에서는 군 복무제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이 증가할 것이고, 군 복무 중 사상에 대해서도 쉬쉬하고 참지 않게 될 것이다. 연금과 의료비용의 증가는 군비증강을 어렵게 할 것이다. 중년과 노인인구가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보다는 실용적이고 국내사안에 대해 좀 더 촛점을 맞추게 될 것이고, 폭력적인 이데올로기에 의해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이와 같은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며, ‘68혁명’에 참여했던 유럽의 베이비붐 세대의 현재 정치, 사회 어젠다는 이전에 비해 덜 급진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시나리오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 이후 메아리와 같은 인구증가 붐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특히 분쟁국가에서 그렇다.

이란의 경우 2020년 15~24세 인구의 숫자는 2005년 대비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0~2035년에는 또다시 34%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 파키스탄 등 많은 무슬림 국가들에서도 이같은 인구 증가가 발생할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2020년대에 ‘에코 붐’이나타날 것인데, 이 지역이 몽골과 페르시아, 러시아와 영국 등 여러 열강이 자원을 두고 씨름을 벌였던 지역임을 감안하면 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페루와 볼리비아에서도 이같은 인구증가가 예고되고 있다.

이는 단지 인구의 숫자와 관계된 문제 뿐만이 아니다. 그간 유럽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들은 인구가 증가에서 감소세로 전환하는 기간에 나타났다.

오스왈드 스펭글러의 <서구의 몰락>, 로스롭 스토다르트의 <백인인 우월한 세계에서 유색인종의 부흥> 등의 책과 ‘아리안’족의 인구감소를 우려한 우생학자들의 저서는 유럽에서 파시스트 이데올로기를 촉발시켰다.

이전 세대의 파시즘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지금, 유럽은 무슬림 이민자의 증가에 따른 불안감에 직면했다. 인도에서는 힌두 내셔널리즘이 부흥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그라운드 제로’ 자리 인근에 이슬람 관련 시설을 건립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고령화 사회가 꼭 빈곤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한 사회의 ‘부’(富)와 인구는 순환 관계에 있다. 출산율의 감소와 노동자의 고령화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자녀 세대에 대한 더 많은 교육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다른 모든 조건에서 평등하다면 이 두 요소는 경제발전을 촉진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은 이같은 단계를 1960~70년대에 지나왔으며, 현재는 중국이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낮은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노동가능한 인구가 감소하고, 이들에게 노후를 의존하는 인구의 숫자가 증가하게 된다. 젊은세대가 감소하는 것은 그만큼 소비시장이 축소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나이들어가는 노동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아마도 더 많은 대출을 통해 시장에 현금을 늘려서 거품을 유지하려다가 거품 붕괴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해법은, 여성이 일자리와 출산,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이같은 ‘스웨덴 식’ 해법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

이같은 방식과 정반대의 해법은 여성에게 전통적인 출산과 양육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원리주의자들에게나 수용 가능한 것이다. 자녀를 ‘짐’으로 여기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여기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요즘이다.


정리 국제부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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