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우울증 노인 늘고,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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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재앙의 땅, 후쿠시마를 가다

치매·우울증 노인 늘고,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어요’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3. 3.

ㆍ1년 만에 다시 찾은 도호쿠… 주민들 상처 치유 안돼


지난해 3월에 이어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 이와테(岩手)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와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는 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복구가 더뎌 보였다. 


지난달 26일 신칸센 정차역이 있는 이와테현 이치노세키(一關)시에서 렌터카를 몰고 1시간여 만에 도착한 리쿠젠타카타시는 해안에 남아있던 ‘기적의 소나무’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기적의 소나무는 일단 베어진 뒤 방부처리 작업을 거쳐 오는 22일 그 자리에 원상태로 복원될 예정이다. 연안 도심부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공사차량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몇 채 남은 건물들을 철거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연안 도심부에 유일하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다카다마쓰바라(高田松原)’ 휴게소 광장에는 추도시설이 들어섰다. 수백년 된 소나무 7만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던 경승지다. 건물 부근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개의 형상이 건물 철거현장 쪽을 향해 놓여 있었다.


남쪽 해안도로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게센누마는 1년 전에 비해 항구 주변이 말끔해졌다. ‘상어박물관’ 앞 공터에 덩그렇게 놓여있던 소형 어선도 치워졌고, 해안 부근의 공공기관 합동청사도 철거됐다. 쓰나미에 떠밀려온 60m 길이의 거대한 ‘제18 교토쿠마루(共德丸)호’에는 조그만 탁자가 마련돼 참배객들을 맞이했다. 게센누마시는 이 선박의 철거 여부를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결정하기로 했다.


지진과 쓰나미를 피해 대피한 한 일본인 남매가 이시노마키시의 철길에 앉아 있다. (경향DB)


게센누마의 항구 부근에는 가건물로 부흥상가가 지어지는 등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주민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거의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교민 이미나씨(45)는 “대지진 이후 치매나 우울증에 걸린 노인들이 크게 늘어났고, 등교를 거부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사히신문이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福島) 3개 현의 42개 시·정·촌 단체장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복구와 부흥작업 완료 시기를 6~10년 후로 전망한 응답이 절반을 넘는 22명에 달했다.



리쿠젠타카타(이와테)·게센누마(미야기) | 서의동 특파원 phil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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