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세번째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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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영환의 워싱턴 리포트

트럼프의 세번째 이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8. 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미’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임명 열흘 만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코미디처럼 해임됐다. 기존 비서실장을 정신병자로 공격하더니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에 의해 바로 잘렸다. 스카라무치가 잃은 건 명예만이 아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달 29일 스카라무치의 부인이 최근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부인은 스카라무치가 노골적인 정치적 야망을 위해 정신 나간 듯이 워싱턴을 추구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때문에 이혼한 사례는 또 있다. 플로리다 지역지 팜비치포스트는 지난달 28일 미국프로풋볼(NFL) 치어리더 출신으로 열성 트럼프 지지자인 부인 린 애런버그와 팜비치 카운티 주 검사로 열성 민주당원인 남편 데이브 앨런버그의 ‘트럼프 이혼’ 사례를 소개했다. 남편은 부인의 트럼프 지지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고 둘은 “정치적 견해 차이 때문에” 결혼 3년 만에 이혼했다. 트럼프는 대선 직후부터 미국 사회의 스트레스 거리였다. 워싱턴주에서는 22년을 함께 살던 남편이 트럼프를 찍었다고 고백하자 바로 이혼을 선언한 부인도 있었다. 대선 한 달 후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이후 절친한 사람과 관계를 끊었다는 응답이 13.4%나 됐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미국 백악관 신임 공보국장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회견 직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사임 소식이 알려졌다. 워싱턴 _ EPA연합뉴스

 

트럼프 본인도 세 번 결혼을 했으니 두 번은 이혼을 해봤다. 첫번째 부인은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였다. 두번째 부인은 유부남 트럼프와 스캔들을 일으켜 첫번째 부인과의 이혼으로 몰고간 배우 말라 메이플스였다. 지금 부인은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다.

 

트럼프의 이혼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또 한 번의 이혼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멜라니아와 헤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트럼프의 세번째 이혼은 집권과 국정운영을 위해 정략결혼한 공화당과의 정치적 이혼이다. 성장 배경도 성격도 딴판인 사람들의 사랑 없이 떠밀려 한 결혼이 오래가기는 어렵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처음부터 궁합이 맞지 않았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주류 정치를 ‘하수구’라며 개혁 대상으로 설정하고 공격을 퍼부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성폭행이나 자랑하는 더러운 입을 가진 부동산 졸부를 지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겼고 둘에겐 정략결혼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트럼프는 의회의 힘이 필요했고, 공화당은 10년 만에 집권당이 됐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의 비서실장 임명은 화해의 상징이었다.

 

트럼프는 취임 6개월 만에 결국 공화당과의 연결고리였던 프리버스를 경질했다. 뉴욕타임스가 전했듯이 비서실장에게 대통령 집무실의 파리를 잡는 역할이라도 맡기며 참으려 했으나 한계에 도달했다. 트럼프가 보기에 공화당은 무능 그 자체다. 오바마케어 하나 폐지하지 못하는 공화당을 향해 트럼프는 대놓고 “바보”라고 비난한다. 트럼프는 이제 포퓰리스트로 돌아가 자신을 사랑하는 ‘한심한 사람들’과 함께 주류 정치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 생각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프리버스가 없으면 트럼프는 정당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이혼 협박이 잘한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이 과반 여당이란 든든한 배경을 버리고 골수 지지층만 끌어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화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더욱 원론적 목소리를 내며 트럼프를 옥죌 것이다.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정책에 반기를 들었듯이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의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어쩌면 트럼프는 집권 6개월 만에 레임덕에 빠진 미국의 첫번째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섣불리 이혼을 거론할 게 아니라 숙려기간을 두고 깊이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공화당이 진짜 이혼을 결심하면 가장 불행해질 사람은 트럼프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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