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중국식 자본주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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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중국식 자본주의의 미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7. 21.

중국이 요즘처럼 ‘국가자본주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적이 있을까. 공안 정국의 그늘이 어른거리고 증시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시장 참여자들의 팔목을 비트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중국식 발전 모델이 거둔 성과와 ‘차이나 머니’의 위력, 서구의 쇠퇴 등으로 이제는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이달 초 국가안전법을 제정한 중국은 인권변호사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달에 최소 230여명의 인권변호사들이 구금되거나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고 추산한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7일 성명에서 “국가안전법이 관여하는 분야가 광범위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안전법은 인터넷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는 방패막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당국에 인터넷은 통치자의 이념을 선전하고 전파하는 유용한 도구이자 체제에 도전하는 선동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최근 불안한 증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노골적 관치(官治)로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졌고, 시장의 힘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만들겠다던 중국 지도자들의 공언은 무색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정부는 시장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꾸지 않고 있구나’라고 인식하게 됐다. 사실 대주주에게 이미 매도한 주식을 일정 비율 다시 사들이도록 압박하고,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거래정지된 상황에서 주가가 오른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아들이자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을 지낸 주윈라이(朱雲來)는 “(증시 안정책으로) 기업공개를 중단시킨 것은 바람직한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증시 위기 대응과정에서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1979년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을 선언한 후 공산당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결합시키는 모델을 채택했고 효용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반대하고, 민영화와 강력한 재산권을 주장하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통신, 은행, 에너지 등 국가 기간산업의 무분별한 민영화를 거부했고 한국처럼 먹튀 논란도 생기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시달려온 제3세계 국가들은 원조에 조건을 달지 않는 중국을 환영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결합한 국가 못지않게 중국을 필두로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와 자본주의를 결합한 국가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소수민족 분포도 _경향DB


중국에는 56개 민족, 14억명 이상이 살고 있다. 문명 수준이 뒤떨어지는 온갖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방에 가면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웬만한 나라와 비슷한 크기의 지역을 다스린다.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경우 남한의 80%에 해당하는 면적에 인구 3200만명의 충칭을 다스리며 서남왕(西南王)으로 군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지 답이 안 보인다.

그러나 국가안정을 위해 개인의 자유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 체제다. 중국 상황이 특수하다고 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내세워 국가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게 언제까지 정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일당체제라 해도 이론적으로는 지도자들이 선의를 갖고 국민을 받들 수 있다. 수십년 동안 지방에서 갈고 닦은 중국 지도자들의 통치술은 남다르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중국 중산층 가정의 많은 자녀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을 가고 자유 민주주의의 공기를 마시고 돌아오고 있다. 중국이 공산당의 힘과 날로 높아지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궁금하다.


오관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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