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가 되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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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힐러리가 되면 안되는 이유

by 경향글로벌칼럼 2016. 3. 13.

지난달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위원은 ‘여적’에서 “힐러리는 성별을 떠나 대통령 될 자격이 충분한 인물이다”라고 평했다. 과연 힐러리는 그런 인물일까? 단연코 아니다. 여기서는 힐러리가 미국의 대통령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 말해 볼까 한다.

힐러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오면서 월가 규제와 중산층 수호자가 될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과연 이 말들에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엄청난 강연료 수입으로 재산을 불려 상위 1%에 입성한 힐러리가 ‘서민 코스프레’로 ‘짜잔’하고 갑자기 중산층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힐러리의 강연료를 통한 재산 불리기의 첫 번째 문제점은 그것이 공직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국무장관에서 퇴임한 후 힐러리는 약 16개월간 무려 3000만달러(약 360억원)의 강연료 수입을 올려 재산을 불렸다. 힐러리가 장관일 때는 전직 대통령 남편이 해외에서 행한 강연으로 무려 4800만달러(약 57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해상충’이란 의심의 눈초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215회에 걸친 전직 대통령의 해외강연을 허락했던 장본인은 바로 부인 힐러리 국무장관이었다.고액 강연료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돈이 과연 어디서 나왔는가 하는 것이다. 모두 대기업, 특히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이다. 남편 해외강연의 재정후원업체도, 그리고 힐러리에게 고액 강연료를 지불한 곳 또한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등과 같은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이다. 왜 월가는 클린턴 부부에게 막대한 강연료를 주고 재산을 불려주었는가? 자신들의 이익, 즉 뒷배를 봐달라는 일종의 보험용 정치뇌물인 것은 알파고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셈을 할 줄 아는 이라면 다 알 수 있다. 차기 민주당 대선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힐러리와 가족에게 월가가 미리 기름칠을 한 것이다. 지금은 슈퍼팩으로 선거자금까지 무한정 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자신을 돈방석에 앉게 해준 월가를 규제하고, 그 월가 때문에 곤경에 처한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하니 필자로서는 코웃음이 나올 수밖에. 대표적인 월가 규제법인 ‘글래스-스티걸법’을 폐지한 이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고 그때 의원자격으로 서명한 이도 힐러리다. 이럴진대 어디서 월가를 규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단 말인가?

미국 뉴햄프셔주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_AP연합뉴스

힐러리는 월가의 수호자이지 절대로 국민 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클린턴을 대거나 10년 넘게 존경하는 여성 1위로 힐러리를 꼽는 대다수 미국인들의 어리숙함이다. 이것은 낯익은 이름이 브랜드화돼 마침내는 정치왕조가 되고 있는 요즘 미국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대체 말이 되는가. 미국에 사람이 그렇게 없어서 부부가 돌아가며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이?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나라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어리석은 국민들을 한껏 오도하고 이용해 월가와 한편이 되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더 크게 벌이고 공고히 하는 세력들이다. 언론이 그렇고 학계가 그렇다. 월가규제를 부르짖으며 맨땅에서 헤딩하고 있는 샌더스를 몽상가, 혹은 철부지 극좌로 몰고, 힐러리야말로 관록의 현실주의자라며 대통령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언론과 학자들. 그중엔 뉴욕타임스와 크루그먼이 있다. 과연 월가를 규제하자는 것이 현실과 이상의 문제일까? 결코 아니다. 그것은 부패와 청산의 문제다.

물론 필자의 바람과는 상반되게 월가와 한통속인 모든 조력자들의 대대적인 공세 속에서 샌더스는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고 결국 힐러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은 가장 높고 어쩌면 대통령이 될 공산도 크다. 그렇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가 그 자리에 앉을 만한 인물인지에 대한 자격 여부는 별개로 봐야 한다.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이미 우리가 그것을 겪고 있지 않은가.


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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