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소비자 아닌 인간 중심의 가치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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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다 /경향신문 지나간 기획

(5)-2 “소비자 아닌 인간 중심의 가치 추구”

by 경향글로벌칼럼 2008. 8. 24.

· 토트네스 변혁 마을 공동설립자 벤 브랑윈

토트네스 | 정환보기자



대안적 삶을 찾아 토트네스를 찾는 영국인들이 늘고 있다. 이곳에서 토트네스 파운드를 발행하는 등 지역공동체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토트네스 변혁 마을(TTT)’의 공동설립자 벤 브랑윈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브랑윈에게 “토트네스가 윤리적 소비의 모범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일상생활에서 윤리적 소비자가 되려면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그는 대뜸 “소비자는 누구를 말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사람에게 ‘소비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 자체가 건강하지 않은 사회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그는 “상품에 상표를 붙이는 것처럼 현대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소비자라는 딱지를 붙였다”면서 “사람이 소비자로 분류되는 사회에서 ‘소비자’라는 단어 앞에 ‘윤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TTT운동은 궁극적으로 ‘행복’ ‘관계’ 등의 인간중심적 가치를 추구한다. 하지만 현대 소비사회는 물질적 가치인 ‘경제성장’을 그 중심에 놓는다. 이 같은 전제 하에 브랑윈은 윤리적 소비 개념 자체에 회의적이다. 그는 “소비에 ‘윤리적’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를 갖다붙인 것은 기존의 경제성장 개념을 확장하려는 시도이며, 패러다임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이 지고지선인 사회는 항상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지구는 그것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없습니다. 인류는 현재 에너지 정점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다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를 혁파해야 합니다.”



그는 “토트네스에서도 전체 인구 8000여명 가운데 TTT운동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2000명 정도”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부족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며 “단 5%만이라도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으면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브랑윈의 등 뒤에는 2025년까지 토트네스에서 해야 할 일들이 빼곡히 적힌 연표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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