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장의 ‘모르쇠’ 세션스 미 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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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영환의 워싱턴 리포트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장의 ‘모르쇠’ 세션스 미 법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6. 15.

화씨 100도(약 38도)를 넘나드는 한낮 폭염을 뒤로하고 미국 워싱턴의 의사당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사진)의 증언을 취재하기 위해 13일(현지시간) 찾아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장 하트빌딩 216호. 입구에는 방청객들이 이미 수십m의 줄을 이루고 있었다. 청문위원들과 마주 보는 기자석의 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예정보다 10여분 지난 오후 2시40분쯤 세션스가 입장하자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과 민주당 간사 마크 워너 의원의 모두발언 이후 세션스가 선서를 했다. 그는 10여분의 모두발언에서 “나는 지난 20년간 상원에서 여러분의 동료였다”면서 “러시아 내통 의혹에 내가 연루됐다는 주장은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거짓말”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인준 청문회 때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두 번 만났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메이플라워호텔에서 한 차례 더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션스는 이번 증언에서 “러시아 대사나 러시아 관리들과 대화하거나 만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법무부의 오랜 관행상 대통령과의 비밀대화를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와의 대화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선수를 친 것이다. 의혹은 부인하고 불리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겠다는 예고였다.

 

앞서 8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는 압박을 했다고 증언했다. 버는 세션스에게 코미의 이 증언에 대해 물었다. 세션스는 “대통령과 FBI 국장 간의 대화에는 전혀 잘못된 게 없다”고 답했다. 세션스는 민주당 첫 질문자인 워너의 질문까지 자르며 공격적으로 답변했다. 코미가 트럼프와 독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상의해왔을 때 법무장관으로서 어떻게 조치했느냐고 묻자 세션스는 “코미는 그게 부적절하다는 세부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과는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코미에 관해 트럼프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일절 답변을 거부했다. 민주당 마틴 하인리히 의원은 “의회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론 와이든 의원도 “의사진행 방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세션스는 “법무부의 역사적 정책을 따르는 것일 뿐”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출신인 카말라 해리스 의원은 ‘법무부 관행’을 들며 답변을 거부하는 세션스를 몰아붙이다 위원장의 경고를 듣기도 했다.

 

키슬랴크 대사와의 만남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세션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스스로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다른 이유가 있느냐고 와이든이 몰아붙이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나한테 말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의원들은 세션스 방어에 나섰다. 톰 코튼 의원은 “미국의 현직 상원의원과 외국 대사가 수백명이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스파이 역사상 최대의 범죄를 공모한다는 웃기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고, 세션스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희화화한 것이다.

 

2시간30여분에 걸친 청문회가 끝났지만 트럼프 측과 러시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트럼프가 무엇을 감추려 했는지 선명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트빌딩을 나설 때도 숨막히는 더위는 여전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브루니는 “세션스는 여러 질문들을 쳐냈고, 대답을 했다 하더라도 얄팍하고 무용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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