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문제 대안 없는 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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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북한 문제 대안 없는 한·미 정상회담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0. 17.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 강화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서 두 정상은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등 무력도발에 대한 불용 원칙 및 도발 시 추가 제재 등 단호한 대응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북한 문제에 특정해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지만,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는 등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와는 다른 결과여서 실망스럽다.

이번 방미는 처음부터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우려하는 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지난달 초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에 대한 배경과 한국의 입장을 미국에 설명하고,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박 대통령의 방미 중 미측이 한·미동맹의 발전과 박 대통령의 통일 방안에 대한 지지를 강조한 것은 이에 대한 성과로 볼 수 있다. 중국 경사론으로 인해 양국관계가 손상될 가능성은 일단 막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무리한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2주 후 열릴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미국을 향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는 저자세 외교라는 인상을 주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의지를 공식적으로 처음 밝힌 것도 성급했다. TPP 참여에 따른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TPP 가입을 해외 순방 중 상대국에 약속한 것은 협상의 여지를 좁힐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환영 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_경향DB



가장 아쉬운 점은 핵 개발 등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북·미관계 개선이다. 8·25 남북 합의에 이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당 창건 70돌 때 도발을 자제하며 유화적인 신호를 보낸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간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북한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는 성명을 채택하며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전기 마련의 기회를 흘려보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는 점은 극구 강조했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진전은 이끌어내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행사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오히려 ‘미국 경사론’이 불거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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