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틸러슨 국무장관 발언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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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틸러슨 국무장관 발언을 주목한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7. 8. 3.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대화의지를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느 시점에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정권교체나 정권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고 미군을 38선 이북으로 전개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4노(NO)’ 정책도 재확인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어느 시점에 북한과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 포기'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달 들어 북한이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한 후 미 조야에서 대북 강경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화론을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AFP연합뉴스

북핵 위기 속에 미국 외교 수장이 대화론을 제기한 것은 의미있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 이후 미국에서 연일 대북강경론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정권붕괴 이후 주한 미군을 대부분 철수시키겠다고 중국에 약속해주라”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미국·중국 간 빅딜론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켜보느니 전쟁을 하겠다”고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고강도 제재에도 북한 도발이 갈수록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낀 미국 조야에서 비현실적인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제정치의 변동성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미스터 예측불허’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떤 강수를 내밀지도 알 수 없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는 효과가 있다. 대북 압박 목표가 대화이며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분명하고 일관된 신호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의심을 해소하고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을 준다. 한반도 위기지수의 가파른 상승세를 진정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껏 미국의 대북정책은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편다고 했지만 관여 정책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또 대북 제재는 법·결의안 등으로 제도화하면서 대화제의는 빈말에 그쳤다. 이번에도 틸러슨은 현실성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화의지를 의심케 한다. 중국에 맡기지 말고 미국이 직접 나서야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마침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거론했다. 미국은 뉴욕 채널 등 모든 창구를 동원해 대화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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