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남북-북·미 정상회담 성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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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정동칼럼]남북-북·미 정상회담 성공이 보인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4. 13.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는 모든 사람들의 질문일 것이다.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현재의 극적인 상황전개는 지난 사반세기의 데자뷔가 아니라는 분명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 국면은 북핵 문제 자체부터 해법, 그리고 이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구도까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마디로 ‘판’ 자체가 바뀌고 있으며, 따라서 성공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북핵위기의 장기화로 인한 현실의 경로의존성만큼이나, 판단 역시 같은 함정에 빠져있을 경우 절호의 기회에서도 실패할 수 있다.

 

성공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첫 번째 근거는 북한의 변화다. 북한은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대외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 대화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후 비핵화에 관련된 어떤 협상도 거부해왔는데, 지금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25년간 불신구조 속에서 협상의 불리함을 느껴왔다. 즉 한·미 양국의 제재-보상의 가역성에 비해 핵개발 중단-재개는 상대적으로 훨씬 비가역적이므로 불리했지만 이제는 가역성을 확보하였다. 둘째, 생존을 위해 개발한 핵이 최후까지 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얻었다는 측면이 있으나, 동시에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초래함으로써 재차 생존이 위협받는 전형적인 ‘핵보유의 딜레마’를 겪게 되었다. 셋째,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핵의 성공을 먼저 이룬 후 경제로 간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한데, 집권 이후 일관되게 부유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김정은의 약속과도 연결된다. 이 3가지를 종합하면 북한이 생존을 위해 주변국의 반대와 압박의 천신만고 속에서도 개발한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보다, 체제생존을 확신할 만큼의 반대급부가 주어진다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더 설득력을 부여한다. 더불어 제재와 압박이 어느 정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객관적 지표로도 북한이 당장 제재로 인해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막다른 골목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미국의 변화인데, 단연 트럼프가 핵심이다. 트럼프야말로 지난 25년간 없었던 변수로서 불예측성의 ‘트럼프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기존 사고와 방법론을 뛰어넘는 파격은 역설적으로 빅딜 가능성을 높인다. 협상의 달인 트럼프로서는 안팎으로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은 전세역전을 위해 놓칠 수 없는 비장의 카드다. 한국 특사단이 방미했을 때 전한 북한의 메시지를 전격적으로 받은 이유다. 과거의 점진적 방식을 거부하고 임기 내에 일괄타결방식(one-shot deal)을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숨겨진 동기가 또 있다. 트럼피즘의 저변에 깔린 백인인종주의는 오바마케어, 파리기후변화협약, TPP, FTA, 이란핵협상 등 오바마의 모든 것을 뒤집어 왔는데, 북한 핵 문제는 오바마가 이루지 못한 것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흑인대통령의 극복이라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가 이전과는 다르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인내와 뚝심으로,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천재일우의 계기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냈다. 진보정부 10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실용성과 용의주도함을 배웠고, 보수정부 9년을 통해서 반면교사로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해법임을 절감했다. 또한 북핵 해결에 있어 한·미 공조의 필수성과 북·미 타결의 중요성을 이해하였기에 한·미 입구론→남북 경유론→북·미 출구론의 바람직한 방향을 택하고 있다.

 

남·북·미 핵심 3자 행위자의 변화 이외에도 현 구도의 차이점은 매우 두드러진다. 이전과는 달리 최고위급의 결단에 의한 톱다운 방식으로 가고 있는데 북핵 문제의 성격상 최고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과거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세분화된 단계의 완성이 되면 마지막으로 핵폐기 단계에 진입하는 점진적 방식과는 달리 큰 틀에서 합의한 다음 단계적 이행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종합할 때 4월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 말 또는 6월 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능한 최선의 결과는 무엇일까?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다짐과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북·미 회담의 ‘길잡이’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임기 내 또는 2020년 5월 말(또는 6월 초)까지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확실한 체제보장의 맞교환 완성을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후 2년간은 이행의 단계적 과정이 되겠지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속도전이 될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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