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외교장관회담 ‘위안부 협상’ 조급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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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한·일 외교장관회담 ‘위안부 협상’ 조급할 이유 없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12. 25.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장관회담을 28일 열기로 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에게 한국 방문을 전격 지시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전력을 기울여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벌써부터 일본 정부가 제의할 방안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책임과 사죄의 내용이 들어간 편지를 써서 보내고, 일본 정부가 1억엔 기금을 설립하는 방안이 비중있게 거론된다.

외교적 협상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불행한 과거사 청산과 관계 진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위안부 문제가 심각하고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한국의 대일외교 전반이 퇴행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양국 간에는 미래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할 여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양보와 타협의 외교 협상으로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피해 할머니들의 입장과 양국 국민감정 등 충돌하는 가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방안들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성범죄 사실 인정과 정부 차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 할머니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_경향DB


양국 정부의 견해차가 크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되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남아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로서는 청구권을 인정한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과 2005년 ‘한일회담 문서공개 민관공동위원회’의 발표를 묵살할 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도 “피해자들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번복하기 어려울 터이다.

이런 점에서 한·일 정부가 조기 타결에 골몰하는 듯한 현실은 우려스럽다. 설령 양국이 견해차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국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위안부 문제는 피해 할머니들이 올해만 9명이나 별세하는 등 시급성이 최우선적 고려 사항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조기 해결에만 급급하다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가 파행을 겪은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 양국이 이번에 해결책을 도출하면 좋지만 설령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외교장관회담이 위안부 문제처럼 따질 것은 분명히 따지면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분리 대응 외교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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