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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사설]한국인 격리하고 봉인하는 중국의 오만 중국이 코로나19의 역유입을 막는다며 한국인들의 입국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산둥성 웨이하이시가 지난 25일부터 한국·일본에서 오는 사람들을 14일간 강제 격리한 데 이어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등도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창춘에서는 재중동포를 자가 격리시킨 뒤 집을 봉인했는가 하면 상하이에선 중국 주민들의 집단민원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는 지방정부가 하는 일이며, 한국인들에게만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전 협의도 없이 입국 절차를 강화한 중국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부터 줄곧 냉정하게 대처해왔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에 .. 2020. 2. 28.
[여적]봉인 딱지 14세기 흑사병이 돌자 베네치아는 항구를 닫았다. 정박하려는 배들은 선상에서 검역당국의 검사를 받고 허가를 받아야만 입항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하면 40일간 항구 밖에서 격리되었다. 검역소(quarantine)는 이탈리아어로 ‘40일간’을 뜻하는 quarantina에서 기원한다. 오늘날에는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검역소라는 의미뿐 아니라 격리, 교통 차단 등 다양하게 쓰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쩍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자 당국에서는 ‘코호트 격리(cohort quarantine)’를 통한 집중관리에 나섰다. 코호트는 고대 로마시대에 360~800명으로 구성된 군대 세부조직을 일컫는 말이다. 사회학에서는 같은 시기에 특정한 사건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집단을 일컫기도.. 2020. 2. 28.
[여적]WHO 신뢰도 세계보건기구(WHO)는 1948년 창설 이래 세계 시민들의 건강과 보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천연두와 결핵, 에이즈, 에볼라 바이러스 등 전염병뿐 아니라 노화, 식품 위생, 영양 문제까지 활동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에는 세계보건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대처에서 WHO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WHO는 지난해 말 늑장대응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23일 괴질이 중국 우한에서 확산하는데도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했다. 28일에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고까지 말했다. 중국 내부에서 당국의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하던 때였다. 그러다 30일 뒤늦게 비상사태를 선.. 2020. 2. 26.
[사설]한·미 연합훈련 축소, ‘한반도 경색’ 푸는 단초 되기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의 합참의장이 신종 코로나에 관한 우려로 (3월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훈련에 관한 사항은 양국 합참의장끼리 협의해 국방장관에게 보고해 결정하는데, 이르면 주내에 결론이 날 수 있다고 한다.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도 연합훈련 실시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은 것이다. 양국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연합훈련 축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한국군은 확진자가 18명에 이른 데다 2차 감염 가능성이 있어 야외훈련을 전면 중지한 상태다. 주한미군도 대구에 거주하는 군 가족 1명이 확진자로 판명돼 대응 단계를 .. 2020. 2. 26.
일본의 ‘언더 컨트롤’ 신화 “도쿄 올림픽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주 만난 일본인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한 얘기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에서 선수나 관객들이 오겠냐고 했다. 요즘 일본 정부나 언론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5개월 남은 도쿄 올림픽 개최 문제다. 지난달 30일 한 인터넷 사이트가 ‘도쿄 올림픽 중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자 ‘가짜 뉴스’ 취급하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주말 ‘소동’을 봐도 그렇다. 영국 집권 보수당 소속 런던시장 후보가 트위터에 도쿄 대신 런던에서 올림픽을 열 수 있다고 주장한 게 ‘불씨’가 됐다. 일본 언론들은 발언 내용을 보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터넷 여론도 들끓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이 영국 선적임을 들어 “너희 배나 가져가라”.. 2020. 2. 26.
[정동칼럼]총선 국면에서 본 한·미 안보현안 안보 문제는 그 중요성과 달리 일반의 관심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발표와 뉴스만으로는 그 내막을 파악하기 어렵다. 국가 간 첨예한 이해관계와 국내 정치세력의 입장이 착종되어 누구 말이 옳은지 구분하기 곤란하다.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선거 때면 한·미 동맹 주요 이슈가 현안으로 자주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 같으면 시끌벅적할 일도 대충 결정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안보 문제는 대충 처리하거나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국제정치학자들은 한·미 동맹을 ‘비대칭’적이라 규정하며, ‘개입과 연루’ ‘후원과 피후원’ 같은 개념을 동원한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한국과 미국이 불평등한 관계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최근 한·미 간 긴장이 발생하는 것은 한국이 과거와 달리.. 2020. 2. 24.
샌더스는 진짜 필패일까 미국 대통령 선거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 삶도 일정한 영향을 받는다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가 유독 2020년 미국 대선에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이런 현실적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기존 미국 대통령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국정운영 스타일로 미국을 두 쪽으로 나눠놓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지켜보는 것은 어떤 정치 드라마보다 흥미를 자아낸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민주당 후보들이 벌이는 경쟁 역시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데다 미국 정치 지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민주당 경선 판세를 요약하자면 ‘원조 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미.. 2020. 2. 19.
문재인 정부의 ‘트럼프 중동평화구상’ 논평 유감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래 공들인 결과물이다. 트럼프 구상의 골자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의 주권을 인정하고, 예루살렘을 온전히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도록 하고 이를 받아들일 경우 10년간 50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 구상은 불법을 힘으로 합법화하려는, 중동에 평화가 아닌 혼란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하고 부당한 시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대해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유지해온 원칙이 있다. 1960년대부터 무수히 만들어진 안보리결의, 유엔총회 결의는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확장한 영토가 불법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 2020. 2. 14.
[여적]크루즈와 바이러스 세계 최초의 크루즈 여행은 1844년으로 그 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P&O사가 사우샘프턴에서 출발해 지브롤터와 몰타, 아테네 등 지중해의 여러 도시로 항해하는 여행상품을 판 것이다. 이 성공에 힘입어 회사는 이후 알렉산드리아와 이스탄불을 왕복하는 크루즈 상품도 선보였다. 이보다 10년 앞선 1833년 이탈리아의 ‘프란시스코 1세’를 크루즈의 효시로 꼽는 연구도 있다. 유럽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을 태운 이 배는 나폴리를 떠나 3개월 동안 시러큐스, 몰타, 아테네, 이스탄불 등을 여행했다. 오늘날 크루즈 여행의 상징이 된, 샴페인을 든 채 우아하게 선상 파티를 즐기는 장면은 바로 이 배에서 시작됐다. 오늘날 크루즈 관광의 성장세는 놀랍다. 미국의 한 회사는 아시아를 비롯해 지중해, 북유럽, 카리브해.. 2020.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