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유럽권 새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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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사설]비유럽권 새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거는 기대

by 경향글로벌칼럼 2013. 3. 15.

‘청빈의 사제’로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6)이 266번째 ‘베드로의 후계자’로 선출됐다. 전 세계 12억 가톨릭신자들을 비롯한 70억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인 새 교황의 탄생은 세계적인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인류 평화와 환경이 위협받는 시대에 제3세계 출신인 교황의 탄생에서 21세기의 다변화 세상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가톨릭교회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지난 2월11일 265대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따라 개막된 콘클라베에서 이틀 만에 선출된 새 교황은 비유럽권 출신으로는 시리아의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 만에 처음이다. 미주대륙에서는 가톨릭교회 2000년 사상 첫 교황의 탄생인 만큼 교황 프란치스코를 향한 희망의 기도가 더없이 강렬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 대주교로 활동하던 그가 추기경들의 지지를 받은 배경에는 청빈한 삶과 중남미 가톨릭에 대한 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자 분포를 근거로 교황을 선출하지는 않지만, 중남미에는 세계 가톨릭신자의 45%가 살고 있어 새 교황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추기경 115명 교황 선출 미사 (경향신문DB)


게다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마음과 육신이 강건한 새 교황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자진 퇴위한 만큼 가톨릭 내 개혁과 현대화의 흐름을 감당하기 위해선 비유럽권 출신이며 청빈하고 무난한 새 교황의 이미지가 주효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교황 즉위명으로 ‘빈자들의 은인’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도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는 청빈한 교황’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그는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을 옹호한 가톨릭교회의 과오를 씻기 위해 노력했고, 2001년 경제위기 중에 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에 맞서는 등 경제적 불평등과 부정부패를 비판하며 민초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오는 19일 즉위하는 교황 프란치스코 앞에는 난제들이 쌓여 있다. 중도보수적 성향으로 ‘청빈의 사제’이자 ‘행동하는 성직자’로 알려진 그는 바티칸의 비리 의혹과 사제 성추행 스캔들 등 권위가 추락한 교계를 혁신해야 하고, 감소하는 가톨릭 신자와 사제를 늘리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종교 간의 화해, 여사제 허용, 낙태 및 피임, 동성애자 결혼 등에 대한 교회의 대응도 새 교황의 숙제다. 우리는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인간의 가치가 상실돼 가는 현실을 보듬어주는 교황의 권능을 기대한다. 또한 핵실험까지 자행하며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에도 교황의 관심과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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