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선장의 ‘중국호’와 한·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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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시진핑 선장의 ‘중국호’와 한·중 관계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0. 21.
우수근 | 상하이 동화대 교수·국제관계학 woosukeun@hanmail.net


중국의 ‘17기 5중 전회’가 지난 18일 폐막되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폐막 당일의 전체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하였다. 중국에서 군사위 부주석은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이로써 시진핑은 2012년 가을 제18차 당 대회를 통해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및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뒤를 잇는 중국의 제5세대 지도자로 등극하게 되며, 이변이 없는 한 10년 동안 거대한 ‘중국호’의 키를 거머쥐게 된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친한파’인 시진핑의 집권으로 한·중관계도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하지만 아무리 친한파 지도자의 등극이라 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우호적 정책 전개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는 한·중관계의 해빙과 호전 등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 국가의 수장으로 등극하게 되었지만, 그 앞날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최대 규모라는 화려한 수식어의 이면에는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엄청난 국내 및 대외 문제, 그리고 국경 문제 등이 마치 고도비만의 합병증 같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빈부격차, 농민공문제, 환경문제, 부정부패 및 금융문제 등과 같은 중국의 국내 문제만 하더라도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농민공문제가 농민공 자녀문제를 파생시키는 등 이들 문제는 또 다른 부차적인 문제들을 양산하며 더 꼬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결정된 시진핑


그뿐만이 아니다. 대외문제 또한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부상이 지속될수록 그에 못지않게 경계와 견제 전선이 합종연횡으로 강화되고 있다. 또한 네팔, 인도, 몽골, 타지키스탄 등 15개국과 접하고 있는 국경문제도 아직까지 영토획정조차 이뤄지지 못한 곳이 있을 만큼 잠재적 활화산이 아닐 수 없다.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첩첩산중의 난제 속에 놓인 중국이 굳이 한국과의 경색국면을 지속하거나 또 다른 대립전선을 구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은 한·중관계에서 우리에게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한다. 

즉, 우리는 수많은 난제를 지닌 중국에 또 다른 난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난제가 되어주지 않아 고맙기만 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수많은 국내 난제들로 정신이 없는 중국임을 고려할 때, 한·중관계는 많은 부분 한국이 주도하기 나름이라는 판단이 든다. 시진핑 부주석이 집권 후에도 ‘친한파’라 불리기를 바란다면, 한국은 시진핑을 도와 그가 계획한 정책 전개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줄 필요도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한·중관계는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또한 우리에 의해 주도되고 빚어진 바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한·중관계는 중국에 대한 낡은 관념에서 탈피하고 중국에 대한 우리 한국만의 고유한 관점을 정립하고, 새로이 접근해 나가지 않는 한 아무리 우호적 친한파 인사가 집권한들 계속해서 어긋나고 균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글은 우수근 교수가 경향신문 10월 20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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