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네팔 여성들은 생일이 없다
본문 바로가기
경향 국제칼럼

[기고]네팔 여성들은 생일이 없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5. 3. 5.

등번호 12번의 ‘수나칼리’는 네팔 여성축구단 G-Football의 스트라이커다. 이 소녀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수나칼리>가 2013년 네팔에서 개봉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네팔에서 축구는 오직 남성들만 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소녀들은 생애 처음 반바지를 입고 공을 찬다. 영화 <수나칼리>는 네팔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슬로베니아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세계 곳곳의 관심을 받고 있다. <수나칼리>는 단순히 소녀들의 축구 경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네팔 사회를 변화시킬 움직임이며, 지역주민의 인식 제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 네팔지부는 여성 차별이 심각한 네팔의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여성 리더십을 향상시키기 위해 14개 지역개발사업장에 여성 축구단 G-Football을 조직했다.

영화 속 소녀들과 같이 네팔의 14개 지역개발사업장 240명의 소녀들은 축구를 하면서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버티켈 지역개발사업장의 16세 삼즈하나는 G-Football 주장을 맡으면서 아동 권리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G-Football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학교에 다니며 여성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은 꿈까지 갖게 됐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네팔의 대다수 여성들이 자신의 생일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네팔에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하의 여성차별이 존재한다.

굿네이버스의 방인옥씨가 네팔 랄리푸르 지역 렐레에서 후원 결연 아동 수리자나(오른쪽)와 수닐(왼쪽)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수나칼리>에 등장하는 무구지역의 소녀들은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야 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 무구는 네팔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 속하는데 지역주민의 수명이 짧아 다음 세대를 잇기 위해 여성들이 일찍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굿네이버스는 네팔의 여성 인권 제고를 위해 지역사회 여성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마더스 그룹’을 조직해 참여 여성들이 저축이나 소액대출을 통해 소득을 증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지역개발사업을 위한 지역개발위원회를 조직할 때 남녀 성비가 균등하도록 고려한다. 여성들에게 리더십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네팔에서 여성 인권이 무형의 모습이 아닌 일상생활의 변화를 일으키는 실체가 되길 바란다. G-Football에 참가한 소녀들의 부모가 딸들도 아들과 동등하게 대우하며, 학교에 보내고, 조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처럼 말이다.


비말 비스트 | 굿네이버스 네팔지부 매니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