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서의동 특파원의 도쿄리포트'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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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서의동 특파원의 도쿄리포트27

[특파원칼럼]동북아의 새로운 섬, 한국 그다지 좋아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기준으로 요즘 한국사회를 본다면 참담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인 나라에서 국가정보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사태의 심각성으로 따지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미국의 ‘워터게이트’를 능가하지만 1년이 돼가도록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보장을 희생해가며 막대한 국방비를 쏟아부었음에도 군은 작전권을 미국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정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고, 초일류기업 삼성은 아직도 노조를 적으로 몰고 있다. “툭 하면 파업할 것”이라며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 여당 의원의 사고방식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다고 할 .. 2013. 12. 11.
도쿄 코리안타운에 등장한 ‘NK팝’ 지난 10월 중순 ‘코리안타운’으로 불리는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의 한 공연장에서 ‘K팝 대 NK팝’ 대결이라는 이벤트가 벌어졌다. K팝은 물론 한국음악이지만, NK팝은? 놀랍게도 북한(North Korea)음악이다. 60여명 남짓 모인 행사는 ‘북한판 소녀시대’로 불리는 모란봉악단과 한국가요를 비교하며 한류전문가와 북한음악 마니아가 해설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최 측은 대결 결과 NK팝의 승리를 선포했다. 행사 자체도 경악할 일인데다 ‘한류의 성지’인 신오쿠보에서 벌어진 것도 충격적이다. 일본 내 극소수 ‘사회주의 마니아’나 ‘북한 오타쿠’들의 이색 취미라고 넘어가기엔 찜찜하다. 일본사회의 NK팝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등장한 모란봉악단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봉악단은 K팝 걸그룹을 .. 2013. 11. 20.
(주)도쿄전력이라는 괴물 일본인들은 자국을 위협하는 집단으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에서 충돌을 빚고 있는 중국이나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을 들고 있지만 그보다는 도쿄전력, 정확히는 ‘주식회사 체제인 도쿄전력’을 더 현실적인 위협요인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은 ‘국책민영(國策民營)’ 구조로 운영돼 왔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원전정책을 세우면 민간기업이 원전을 짓고 돌리는 식이다. 정부는 전력회사의 지역독점 체제를 보장하고 공사비는 전기요금으로 벌충하도록 지원해왔다. 발전비용에 일정한 이윤을 곱하는 총괄원가방식으로 전기요금이 산정되는 만큼 전력회사 입장에서는 원전을 지으면 지을수록 유리하다. 또 하나 특징은 원전사고가 날 경우 전력회사가 배상할 수 있는 한도액이 고작 1200억엔(약 1조3000억원)으.. 2013. 10. 30.
[특파원칼럼]일본의 속살 보여준 드라마 ‘아마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노믹스’와 닮은꼴이다. 고환율(엔저)을 유도해 수출 대기업을 지원하고 건설투자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방식은 다를 게 없고, 그 부작용으로 서민들의 생계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아베가 가리키는 방향 혹은 MB시대의 한국과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난달 막을 내린 NHK 아침드라마 은 일본의 ‘속살’이 한국 사회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준다. 도쿄의 여고생인 아키는 여름방학에 어머니의 고향인 도호쿠(東北) 이와테(岩手)현의 작은 어촌마을에 잠시 놀러 왔다가 아예 눌러앉는다. 도쿄의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받으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 아키는 인심 넉넉한 어촌의 커뮤.. 2013. 10. 9.
[특파원칼럼]일본이 7년간 해야 할 일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돼 일본 열도가 열광에 빠져있던 9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고발단 대리인인 가와이 히로유키(河合弘之) 변호사는 도쿄지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분노했다. “치사하지 않나. 도쿄올림픽 유치의 축제 분위기를 틈 타 불기소 결과를 발표하다니….”(도쿄신문 9월11일자 보도) 2011년 3월 원전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고발된 간 나오토 전 총리와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도쿄전력 회장 등에 대해 검찰은 이날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10여m 높이의 쓰나미가 닥쳐올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고, 안전대책에서도 형사책임을 질 정도의 과실은 없었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방사선량이 높다는 이유로 현장조사를 생략했으며, 도쿄전력 관계자들에 대한 가택수색도.. 2013. 9. 11.
일본에 ‘햇볕정책’을 박근혜 외교가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일본이 하반기 중 정상회담을 열 것을 제안해 왔고, 그에 답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성대로라면 거부하는 편이 손쉽고 명분도 있다. 당장, 8·15 추도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와 반성’을 빼먹은 일을 들어 ‘올바른 역사인식을 그렇게 강조했건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하면 그걸로 족하다. 정부는 9월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회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비쳤다. 하지만 어렵고 험한 상대와도 만나 대화를 통해 타협을 도출하는 것이 외교라고 한다면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바람직스럽게 보이지는 않는다.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정권은 앞으로 별일이 없다면 향후 3년은 지속된다. .. 2013. 8. 22.
‘반일 무죄’는 이제 그만 해마다 여름이면 한국과 일본은 심상치 않은 열기에 휩싸이고, 이 현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지난 주말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일본 응원단은 한국에서 군국주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욱일승천기를 흔들었고, 한국 응원단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일본의 한 각료는 한국의 민도(民度)가 의심스럽다고 발언했고, 한국 외교부는 “무례하다”고 되받으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한국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고조됐던 한·일 갈등이 잦아드는가 했으나 최근 상황은 지난해 못지않다는 느낌이다. 강경보수 월간지는 최근호에 ‘자멸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고, 일본 최대 시사주간지인 ‘슈칸분슌(週刊文春)’은 미국에 ‘평화의 소녀.. 2013. 8. 1.
일본 공산당에 쏠리는 기대 요시다 노부오(吉田信夫·63). 일본 공산당 도쿄도의회(광역의회) 4선 의원인 그는 평소 지붕을 씌우고 확성기를 얹은 ‘귀여운’ 오토바이를 몰고다닌다. 지난해 6월 취재차 만났을 때 오토바이를 몰고 나온 그는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데 최고”라며 으스댔다. 지역구인 스기나미(杉倂)구는 좁은 골목길에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주택가다. 차로 다니면 못 보고 지나칠 지역의 문제점들도 오토바이를 타면 눈에 띈다. 그의 사무실에서는 매주 월·목요일 변호사가 입회하는 주민생활 상담이 이뤄진다. 변호사 비용이 없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공산당은 둘도 없는 버팀목이다. 오는 21일 치러지는 참의원(상원) 선거운동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요시다 의원과 10일 전화가 연결됐다. “이번 선.. 2013. 7. 11.
빨간구두를 신은 아베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이 쓴 유명한 동화 는 마법에 걸린 빨간구두를 갖게 된 어느 소녀의 이야기다. 가난해서 맨발로 다니거나 나막신을 신어야 했던 소녀가 어느 날 빨간구두를 갖게 되고 춤의 명인이 됐지만 마법에 걸려 쉴새없이 춤을 춰야 했다. 신발이 딱 달라붙어 벗을 수 없게 된 소녀는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잘라내야 하는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일본의 어느 경제학자는 지난달 23일 대폭락을 겪은 이후 요동이 좀처럼 멈추지 않는 일본 주식시장을 안데르센의 에 빗댔다. 차원이 다른 대담한 금융완화의 마법으로 치솟았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롤러코스터처럼 등락하는 통제불능의 모습이 빨간구두를 신은 소녀와 닮아 있다. 수십년간 안정세를 보였던 일본국채 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어쩌면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자르게 될지 모를.. 2013.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