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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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특파원 칼럼52

고민스러운 한·미·일 협력의 길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프놈펜 | 강윤중 기자 1909년 11월3일 미국 워싱턴의 윌러드 호텔. 주미 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일본 국경일 만찬 행사에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필랜더 녹스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그는 일주일 전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프린스 이토’라는 “영웅”의 “때 이른 잔혹한 죽음”에 온 미국이 슬퍼하고 있고, 이는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에게도 “깊은 개인적 상실”이라고(황준식, ‘1910년의 국제법 풍경’, 서울국제법연구 27(2)). 그 윌러드 호텔은 이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2022. 12. 14.
달라진 민심, 숫자에 담긴 해법 지난 주말 아파트 주민위원회가 운영하는 단체대화방에 단지 내에서 이틀 연속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한 주민이 매일 의무적으로 검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검사에 참여하면 되는지를 물었다. 주민위원회 관계자는 “매일 검사를 권장한다”고 답했다. 질문했던 주민은 “강제가 아닌 것이 좋다. 나는 국가를 위해 자원을 절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주민 전수 검사를 하는 것이 자원 낭비라고 꼬집은 것이다. 지난 5월 베이징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준봉쇄 상태에 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거의 열흘간 매일 이뤄지던 주민 전수 검사에도 불평하는 이는 하나 없었다. 오히려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서로 협조해야 한다며 정부 방침을 적극 지지하고 옹호하는 이들이 많았다. 코로나19 팬.. 2022. 11. 30.
한국판 인·태 전략 공개에 부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반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한국판 인·태 전략의 구체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굳이 보고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윤 대통령의 언급이 있고 나서 이틀 뒤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 덕분이다. 대북 확장억제 강화, 인·태 수역에서 불법 행위 공동 대응, 경제안보 협력까지 망라한 이 성명은 미국이 3국 협력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중국 견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이 성명의 틀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한.. 2022. 11. 16.
엔데믹 시대의 ‘갈라파고스’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貴州)성에서 지난달 18일 새벽 버스 1대가 전복됐다. 버스에는 구이저우성 성도 구이양(貴陽)을 출발해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첸난부이족먀오족자치주 리보현으로 가던 주민 45명과 운전기사 등 47명이 타고 있었다. 27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였다. 인명피해도 인명피해지만 중국 내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사고 버스는 코로나19 격리 대상자들을 다른 지역의 격리시설로 이송하던 중이었다. 중국은 아직도 감염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밀접 접촉자는 물론 2차 접촉자까지도 시설에 강제 격리시키는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취하고 있다. 사고 당시에도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감염자와 같은 동에 사는 주민들이 시설로 이송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22. 10. 4.
위기의 중국 조선족 살리는 법 중국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望京)에는 한국 음식점이 밀집돼 있고 한국어로 된 간판도 즐비하다. 한·중관계의 냉각기를 거치며 숫자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민들이 이곳에 모여 산다. 왕징에는 한국 국적의 교민들 이외에 한인 커뮤니티를 떠받치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동포들이다. 그들은 주로 한인들을 상대로 슈퍼마켓, 식당 등을 운영하거나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교민들과 얽혀 산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거나 개인사업을 하며 이래저래 한·중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이들도 많다. 조선족들은 중국인이라는 국가적 정체성과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는 간혹 충돌도 발생한다. 요즘 조선족 기성세대는 대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 2022. 9. 7.
펠로시가 열어준 ‘기회의 창’ 지난 한 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채 비밀 작전처럼 이뤄졌다. 방문 계획이 알려진 후 중국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 악화와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를 우려해 미국 정부도 만류했지만 그는 결국 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의 하원의장으로서는 25년 만에 처음 대만 땅을 밟았다.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겼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하거나 대만 착륙을 방해하기라도 할 것처럼 으름장을 놨지만 결국 그의 대만행을 막지 못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누리꾼들은 ‘능력이 없으면 힘을.. 2022. 8. 10.
‘탈중국론’과 대중 정책 중국 외교부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례브리핑 내용에는 당초 브리핑에서 나오지 않은 질의응답이 하나 추가됐다. 브리핑 이후 기자의 추가 질문이 있었다며 외교부가 공개한 내용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발언에 관한 것이었다. 공개된 질문 내용은 이렇다. “최 수석은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간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내에서 ‘탈중국론’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측은 어떤 논평이 있나?” 이날 추가 질문이 있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외교부가 하고 싶은 얘기를 질의응답 형식을 빌려 끼워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답변은 이랬다. “지난해 한·중 간 교역은 전년.. 2022. 7. 13.
홍콩의 6월, 절망과 희망 사이 2019년 6월9일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의 서막이었다. 시민들은 당시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던 송환법이 홍콩의 인권운동가나 민주 인사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6월12일 시위대는 송환법 심의 저지에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 등을 동원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홍콩 정부는 사흘 뒤 송환법 제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6월16일 시위대는 200만명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은 송환법 완전 철회와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는 격화됐다. 경찰이 실탄을 쏘고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전시를 방.. 2022. 6. 15.
불안과 공포에 짓눌린 일상 “16~18일 3차례 핵산(PCR) 검사를 계속 진행합니다.” 어김없이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매일같이 아파트 단지 임시 검사소에서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를 3일간 또 연장한다는 안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틀에 한 번 진행되던 검사 횟수는 어느 순간 하루 한 번으로 늘었다. 얼마전 중국인 친구가 요즘 베이징의 일상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짤막한 글을 보내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젠캉바오(健康寶·방역용 건강코드 애플리케이션)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샤오취(小區·주거구역)에 코로나19 검사 대기줄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한다(매일 전 주민이 검사를 받다 보니 한 시간씩 줄을 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검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나면 불안감이 몰려온다(검사 결과는 48시간 내에만 유효하다).” 현재 중.. 2022.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