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국제칼럼/김재중의 워싱턴 리포트'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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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김재중의 워싱턴 리포트25

힘내라,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전 제시와 솔선수범을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 같다. 그는 2020년 11월7일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나는 우리 미국이 지구의 등대라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기의 힘(power of example)’은 힘을 앞세워 남이 따르도록 강압하기보다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함으로써 남들이 스스로 따르게 하는 솔선수범의 다른 표현이다. 이후로도 그는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재건을 언급할 때마다 본보기의 힘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이 생각하는 솔선수범을 통한 미국의 리더십 복원 계획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취임 이후 첫 조치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그.. 2022. 7. 27.
미 낙태권 판결과 보수의 승리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권(낙태권)을 합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사건은 미국 보수주의 운동이 거둔 승리다. 이뿐 아니라 공공장소 권총 휴대 허용, 미란다 원칙 미고지 경찰관 피소 면제, 공립학교 미식축구 코치의 경기 후 공개 기도 허용 등 최근 대법원이 내놓은 판결들은 진보 진영이 쌓아온 결실을 허물고 있다. 이런 판결들은 대체로 미국 사회의 여론과도 배치된다. 대법원이 투표권, 동성결혼 등 다른 영역에서도 기존 권리와 자유를 침식하는 판결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유와 진보의 대명사 미국은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 보수가 거둔 승리의 첫 번째 비결은 연대였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충격을 받은 사회적 보수주의 진영은 경제적 보수주의 진영과의 .. 2022. 6. 29.
총기 문제와 미국의 실패 딱 하루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약속에서 후퇴하는 데 걸린 시간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가 해왔던 일과 내가 취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고 계속 그런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나는 무기를 불법화할 수 없고, 신원조회 규정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이 숨진 텍사스주 유밸디를 방문했을 때 “뭐라도 하라”는 시민들의 항의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총기를 규제하려면 의회가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 미 의회는 일체의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공화당에 가로막혀 10년이 넘도록 유의미한 총기 규제 .. 2022. 6. 2.
북핵 문제와 ‘글로벌 중추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한 말 가운데 인상 깊었던 대목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에만 너무 많은 역점을 두는 바람에 글로벌 외교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비판한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서 지역이나 이슈에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그렇게 할 역량도 갖췄다. 윤 당선인의 말은 북한과 군사적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한국이 처한 딜레마를 외면하거나 경시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가 목표로 내건 ‘글로벌 중추 국가’로 가기 위해서도 북한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말하자면 북한 문제는 한국이 피할 수 없는 ‘근본 모순’인 셈이다. 북한이 연초부터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핵·미사일 문제는 윤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직면할.. 2022. 5. 4.
우크라 사태와 국제질서 요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옛 시대의 종언과 새 시대의 탄생 장면을 목격하는 게 반드시 가슴 벅차는 일은 아닐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자리 잡은 국제질서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라는 거창한 평가는 전쟁이라는 날것의 폭력 앞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방송 화면과 인터넷을 통해 봐야 하는 고통을 덮지 못한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이 13일째를 넘겼다.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와 군사장비 지원을 하되 병력은 들여보내지 않겠다면서 직접 군사 개입에는 일찌감치 선을 그은 대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가를 물리겠다면서 강력한 제재를 쏟아내고 있다. 고국에서 목숨을 잃거나 이웃 나.. 2022. 3. 9.
미국, 내전으로 향하고 있는가 2021년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중이 대선 결과를 뒤집겠다면서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했다. 1주년을 맞은 ‘1·6 의사당 습격 사태’의 원인을 규명해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 사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되레 내전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내전 가능성과 관련해 최근 주목받은 인물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교수인 바버라 F 월터다. 월터는 다음주 발간 예정인 책 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와 의사당 습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내란 전’ 단계와 ‘충돌 초기’ 단계를 넘어 ‘공개 충돌’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후원하는 연구조직 ‘정치적 불안정 태스크포스’ 멤버인 월터는 이 태스크포스가 개발한 평가.. 2022. 1. 5.
총격과 반복된 외양간 고치기 매디신 볼드윈(17)은 올해 고등학교 졸업반으로 이미 대학 몇 곳에서 전액 장학금과 함께 입학 통지를 받았다. 테이트 마이어(16)는 미식축구팀 주전 선수로 운동에 소질을 보였으며 학업 성적도 우등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헤나 줄리아나(14)는 고교 신입생으로 학교 농구부 경기에 처음 출전할 예정이었다. 저스틴 실링(17) 역시 졸업반으로 내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며, 방과 후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미국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등학교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 학교 재학생 이선 크럼블리(15)가 일으킨 총기난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4명의 청소년이다. 미국 언론들은 비명횡사한 젊은이들의 인생을 몇 문장씩 짤막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지만, 어처구니없는 총기난사 사건은 4개의 우주를 또다시 .. 2021. 12. 8.
하우건, 빈드먼, 그리고 민주주의 “나는 오늘 페이스북 제품들은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믿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프랜시스 하우건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상원 청문회 증인석에서 한 말이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에서 제품 매니저로 일하면서 알게 된 페이스북의 이면을 정부 기관과 의회, 언론에 폭로한 인물이다. 페이스북 관련 내부고발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 4월 페이스북을 퇴직한 하우건의 폭로는 매우 구체적이고 강력하다. 그는 페이스북이 자사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위험과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익을 앞세웠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수천쪽의 비공개 자료들을 정부 규제 당국과 의회, 언론에 제공했다. “아버지, 제가 오늘 선출된 공직자들에.. 2021. 10. 12.
아프간전 종료와 바이든 독트린 “후보 시절 나는 미국 외교 정책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경험과 역사, 세계에 대한 현실주의적인 이해에 의해 인도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략) 미군을 전투에 투입할 때 우리는 중대한 국가적 이익이 걸려 있을 때에만, 그리고 분명한 목표와 승리를 위한 계획, 갈등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 때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 “첫째,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와 함께 우리 임무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미국의 핵심 국가 안보 이익에 분명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략) 이것은 다른 나라들의 재건을 위한 대규모 군사 작전 시대의 종료에 관한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연설이라고 해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각각의 주인공은 스타일과 정책이 극과 .. 2021.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