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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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기고]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만지고 있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5. 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상응하는 관세 보복 조치를 내놓아 양국 간 무역갈등은 한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언론사 기자들에게 “중국과 약간 티격태격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리는 중국에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그 이유인즉,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희토류라는 희소광물 카드가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이 20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을 대동하고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를 시찰하고 있다. 간저우 _ 신화연합뉴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쓰이는 필수 원료다. 희토류 없이는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차, 심지어 미사일과 레이더 등 첨단 군사무기 제조를 할 수 없다. 또 희토류는 철강, 세라믹 등 전통 산업분야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료, 항공, 농업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그래서 희토류를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부른다.


희토류는 대중국 무역에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항할 관세 무기를 대부분 소진한 중국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다. 세계 소비량의 80%를 공급하고 세계 매장량의 47%를 차지한다. 미국 역시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이 88%를 차지했다. 


미국도 중국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로 큰 희토류 광산이 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이다. 그러나 1985년 채굴이 중단됐다. 환경문제와 채산성 때문이었다. 결국 자체 생산이 아닌 수입에 의존해 희토류를 조달하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루이지애나주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에 귀환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은 현재까지 희토류를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미 상당량의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2015년부터는 인력을 투입해 광산 재가동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 원료를 제품으로 만들어 사용하려면 대략 9단계의 복잡한 추출·제련·가공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희토류 처리 시설과 기술이 부족하다. 특히 희토류 원료를 합금으로 제련해, 목적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종말 단계 기술이 취약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자체적으로 희토류 소재를 조달해 사용하려면 적어도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무역대표부가 희토류 이외에 천연흑연,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안티몬 등 주로 금속광물 제품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역전쟁에서 전략무기로 활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강경파 목소리들을 연일 전하고 있다. 진창룽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미 보복 카드로 희토류를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향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희토류 수출 규제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자 대일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3일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강천구 |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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