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전과 중국의 빈곤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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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은경의 특파원 칼럼

딩전과 중국의 빈곤 구제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12. 16.

‘딩전의 인기, 세계를 뒤흔든 중국의 힘.’ ‘딩전의 화제로 빈곤 구제 사업의 새로운 방식 열려.’

중국을 뜨겁게 달군 20세 청년 ‘딩전(丁眞) 열풍’에 중국 관영매체까지 가세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왕훙(인터넷 스타)에 극찬을 쏟아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딩전은 쓰촨성의 작은 산골 마을인 리탕현에 사는 티베트족 청년이다. 지난달 21일 한 사진작가가 딩전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는데, 잘생긴 얼굴과 밝은 미소, 이국적 분위기, 산골 풍경까지 어우러진 모습으로 딩전은 일약 스타가 됐다.

 

중국 정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리탕현의 공기업인 문화관광 회사가 그를 특별 채용했다. 월급은 3500위안(약 58만원). 그가 참여한 관광 홍보영상 덕분에 리탕현을 비롯한 쓰촨성 관광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바이두에 리탕현 검색은 일일 평균 4만건에 달하는데 이전보다 9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틱톡)’ 계정의 팔로어 수는 469만명에 달한다. 지난 11일 딩전의 라이브 방송에는 2시간 동안 33만명이 몰렸다. 차를 마시고 생활을 소개하는 단순한 콘텐츠였지만 30만위안(약 5006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중국 당국은 딩전 인기에 더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매체들은 앞다퉈 “딩전이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세탁기와 오토바이 사드렸다” “일본 최대 방송국도 보도…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미소년 평가” 같은 보도를 쏟아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까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3차례나 딩전 관련 뉴스와 사진을 게재했다.

 

도대체 왜일까. 중국 관영매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딩전 관련 논평에서 그 속내가 읽힌다. 신화통신은 3일 논평에서 “딩전이 공업화시대에 보기 힘든 순수함과 자연으로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서구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면서 “아름다운 중국이 세계를 감동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5G(5세대 이동통신) 발전이 왕훙의 탄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딩전을 통해 중국의 기술을 과시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중국 이미지를 심고 싶어하는 셈이다. 딩전은 서구에서 인권 종교 문제를 문제 삼고 있는 티베트 출신이다.

 

인민망 평론은 더 노골적이다. 인민망은 지난 12일 딩전의 고향은 전체 현(縣) 인구의 96.75%가 절대 빈곤 상태였지만 중국 정책으로 현재 빈곤에서 벗어났다 면서 끼니를 때우기 힘들 정도의 가난했던 동네가 지금은 왕훙을 배출할 정도로 질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했다. 그러면서 딩전은 탈빈곤의 이야기이자, 중국의 발전 스토리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7000만명에 달하는 농촌 빈곤인구 전원을 빈곤상태에서 탈출시키겠다고 했다. 빈곤층 최저 임금 기준은 연소득 4000위안(약 66만원) 정도다. 지난달 23일 구이저우성 6개현의 빈곤탈출 선언을 끝으로 중국이 지정한 832개 빈곤현은 모두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빈곤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이지 농촌의 빈곤이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보기 힘들다. 중국으로서는 이럴 때 나타난 딩전이야말로 빈곤정책의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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