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분노의 겨울'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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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분노의 겨울' 시작되나

by 경향글로벌칼럼 2010. 11. 12.
1. 유럽이 심상찮은 모양입니다. 프랑스에 이어 이번엔 영국에서도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등록금 인상에 항의해 거리로 나선 영국 대학생들의 시위가 심상치 않습니다. 학생 5만여명은 10일 런던의 보수당 중앙당사를 점거하고 경찰과 충돌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런던에서 대규모 폭력시위가 일어난 것은, 마거릿 대처 총리의 실각을 야기했던 1990년 인두세 반대 시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금융위기 여파로 정부가 강력한 긴축재정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그리스나 프랑스에 이어, 그동안 침묵해온 영국민도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습니다.
 


Demonstrators protest outside the Conservative Party headquarters building 
in central London November 10, 2010. / REUTERS


2. 시위가 굉장히 격렬했던 모양이죠?

이날 전국학생연합(NUS) 소속 대학생 5만여명은 런던 도심에서 정부의 학비인상과 대학재정 지원삭감 등에 항의하며 국회의사당까지 거리행진을 벌였습니다.
이중 약 200명의 시위대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을 비롯한 보수당 각료의 집무실이 들어있는 밀뱅크 타워로 몰려가 외장 유리문을 깨며 진입했습니다. 학생들은 피켓 막대와 계란, 유리병 등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경찰의 방어를 뚫고 6층 건물 옥상에서 무정부주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상황은 경찰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등 14명이 부상하고 최소 35명의 학생이 구속됐습니다. 보수당사 로비는 유리파편으로 엉망이 됐고, 당사 기물이 상당 부분 파손됐다고 AFP통신이 경찰 대변인의 말을 전했습니다.

3. 시위의 이슈는.

영국에서 학생들의 폭력시위는 흔치않은 일입니다. 1970년대 이후 학생들이 평화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온 데다, 학내 및 지역현안 등에만 관심을 둬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등록금 인상안을 들여다보면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법도 합니다.

영국 대학들은 등록금에 상한선이 있다. 그래서 연간 3290파운드(약 587만원)의 상한 이상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2012년부터 3배나 되는 최고 9000파운드(약 1620만원)로 상한을 올리는 방안을 지난달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현 영국 정부는 보수-자민 연정이죠. 그 중 자민당 소속 닉 클레그 부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등록금 전액 폐지’를 공약했었습니다. 그런데 등록금을 없애기는 커녕, 집권연정을 구성한 뒤 입장을 뒤집고 등록금을 오히려 올리는 데에 찬성했습니다. 이것이 학생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A man passes graffiti outside the Conservative Party headquarters 
in central London November 11, 2010. /REUTERS




4. 정부가 등록금을 올리려 하는 이유는?

유럽국들이 대부분 그렇듯, 영국도 대학교육은 공교육 성격이 강합니다. 등록금을 묶어두려면 정부가 대학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결국 등록금을 올리게 해준다는 것은, 정부가 대학에 주는 돈을 줄이고 학생들에게서 거둬들인 돈으로 대학 살림을 꾸리게 하겠다는 것이죠. 

집권 보수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세금은 올리고 복지혜택은 줄이는 긴축재정안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가가치세율은 17.5%에서 20%로 인상하면서도 양육보조금과 장애인복지 등은 큰 폭으로 삭감하고 있지요. 공공부문의 일자리도 줄이고 있고요. 
이런 일련의 정책들이 반발을 사는 것이겠지요. 영국의 재정연구소(IFS)는 “감축안이 중상층 이상보다 저소득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서민층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5. 대학 등록금은 몇 해 전에도 올리지 않았나요.

2000년대 들어 계속 등록금 인상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2006년부터는 등록금 후불제라는 걸 도입했습니다. 이른바 ‘소득 연계형 등록금 후불제’라는 거였는데요. 
등록금을 그 때 한 차례 올리면서, 학생들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후불제라는 방식까지 도입했던 것이죠. 그 이전까지 1100파운드 정도로 묶여있던 등록금이 그 이후에 상한선 3290파운드로 대폭 올라간 거였는데 이번에 또 상한을 끌어올린다니까 학생들이 반발할 만도 하지요. 

6. 이번 시위는, 대학 문제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재정난-복지축소와 연결돼 있는 것이로군요. 그렇다면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지 않을까요.

런던 시위에 참여한 맨체스터의 한 학생은 “교육 비용이 오르는 건 사람들에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16세의 한 학생은 “등록금이 그렇게 비싸면 난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일단 학생들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주된 이슈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단발성이 아니라 긴축재정으로 촉발될 대규모 연쇄 시위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처 시절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이들이 잇따라 시위를 벌여 영국이 거의 마비됐던 적이 있어, 이를 가리켜 ‘불만의 겨울’이라 부르는데요. 올 겨울에 그런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습니다.


구정은 기자 http://ttalgi21.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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