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결국 이라크 반군 지역을 공습했다. 2011년 말 미군을 철수시키면서 이라크전 전투임무는 끝났다고 선언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3년이 채 못 돼 이라크에 전투기를 띄웠다. 이라크 상황,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지난 8일 미군 전투기와 무인기(드론)이 이슬람국가(IS) 반군에 장악된 이라크 북서부 지역을 공습했다. 이어 몇 차례 공습을 더 해서 반군 수십 명이 숨지고, 반군시설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공습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중동 지역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미군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동영상 등을 보면 반군 이동 차량 등으로 추정된다.
반군이 북부 대도시 모술을 점령한 것이 지난 6월초였고, ‘이슬람 칼리프 국가’를 수립했다고 선언한 것이 6월 말이었다. 그 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공습을 놓고 고민해왔는데 반군이 쿠르드 자치지역의 핵심도시이자 미국 시설들도 많이 있는 아르빌까지 공격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공습을 택했다.
-미국의 군사공격이 몇 달에 걸쳐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던데.
“몇 주 안에 문제가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9일 반군 지역 공습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오바마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누차 강조했으나 두 달 전 반군의 대공세가 시작된 뒤 이미 1000명 가까운 미군을 ‘경비 강화’ 명목으로 이라크에 들여보냈다. 고심 끝에 공습을 시작하면서 오바마는 “이라크 지도자들이 새 정부를 세울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다고 IS와의 대치가 끝날 지는 미지수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은 오바마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 군사작전이 몇 달에 이를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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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손 떼려 애쓰던 오바마 정부도 결국 전임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군사공격을 시작한 셈인데.
오바마는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의 네 번째 대통령이 됐다. 전임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어리석은 전쟁’이라 평했던 오바마는 공습 재개와 함께 수렁에 발을 들여놓았다.군사작전의 이름과 명분, 규모는 제각각 다르지만, 조지 H W 부시 시절부터 시작해 미국의 4개 행정부가 25년째 이라크와 싸우고 있다. H W 부시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쿠웨이트 침공을 빌미로 걸프전을 일으켰다. 뒤 이은 빌 클린턴 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이라크를 고립시켰고 1998년에는 대규모 공습을 했다.
이라크를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미군의 수렁’으로 만든 것은 아버지의 뒤를 이은 조지 W 부시 정부다. W 부시는 2001년 9·11 테러 뒤 대테러전을 선언하면서 아프간을 넘어 이라크로 전선을 확장했다.
-오바마도 이번 공습으로 전쟁을 재개했다고 볼 수 있나. 끝났다던 이라크전이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오바마는 이라크 안정화 등 전쟁 뒷처리에 전력했으나 시리아 내전 등 중동 곳곳에서 터져나온 분쟁에 대응하는 데 실패, 다시 전투기를 보내는 상황이 됐다. 물론 이번 공습이 오바마 정부의 정책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알자지라방송 등은 지적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오바마가 원하든 원치 않든 ‘끝없는 전쟁’이 될 판이다. 대테러전의 프레임이 달라졌고, 미국이 원하는 구도로 이라크의 상황을 정리한 뒤 전쟁을 끝내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임무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극단주의 무장조직들은 철저히 지역화돼 외부 국가(미국)의 군사작전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필립 크롤리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9일 BBC 웹사이트 기고에서 “테러의 위협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는 동시에, 지역이나 부족 간의 문제와 결합해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이 IS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돈 많은 테러조직”이라고 했다는데. 이 반군이 알카에다보다도 강력한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
IS는 어찌 보면 세계 각지에서 대테러전을 수행해온 미국이 지금까지 한 번도 상대해본 적 없는 형태의 조직이다.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제한적 공습만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국가를 이룰 만한 넓은 영토와 강력한 군대를 갖춰 사실상 ‘준(準) 국가’가 된 IS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슬람 극단조직의 대명사가 됐던 알카에다가 테러단체들의 느슨한 연계를 기반으로 한 조직인 데 비해, IS는 영토와 군대, 지지자를 갖춰 사실상 국가의 얼개를 갖춘 상태다. IS는 이라크 크기의 3분의 1에 이르는 영토를 확보했다. 더욱이 이들의 영토는 시리아에 일부 걸쳐 있기 때문에 미국이 IS를 공격하기가 까다로운 상황이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 내내 군사작전과 거리를 둬왔고, 이런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이 드러났을 때조차 군사개입을 거부한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제 와서 시리아 영토를 공습할 명분이 없다. IS로서는 미국의 공격이 닿지 않는 안전지대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걸프 국가들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의 수니파 부호들은 IS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가 IS에 돈을 댔다며 비난한 일도 있었다. 이라크 북부의 영토를 확보한 IS는 이제 외국의 원조뿐 아니라 자체 자금 조달 능력까지 갖게 됐다. 유전과 댐 등 기반시설을 확보한 것이다. IS는 주민들로부터 세금을 걷고 전기를 팔며 원유를 수출해 군대에 자금을 댄다.
IS의 영향력이 커지자 예멘과 아프리카 등의 알카에다 조직원들의 IS 전향도 늘고 있다. 현재 조직원은 7000~2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에는 이라크·시리아가 아닌 타지역 출신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여에 걸친 시리아 내전을 겪으며 실전경험을 갖춘 군대다.
-그런데 미국의 제한적 공습으로 이들을 억제할 수 있을까.
미국은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반 아사드 진영에 속해 있던 IS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방치했다. 이제 와 발등의 불이 떨어졌지만 미국은 이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고민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IS의 진격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고 인정했다.
제한적 공습 작전이라는 것 자체가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군의 공습 목표는 아르빌의 미국 시설물과 미국인을 보호하고, 소수집단 학살을 막는 정도로 매우 낮게 설정돼 있다. IS는 이미 주민 지지를 확보하고 지역 내 종교·종파·부족집단들의 균열을 파고들었다. 제한적 공습으로 IS를 몰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다시 전면전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이라크 통합정부가 구성돼 자기들 손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지만 이라크 정치권 내 분열이 계속되고 있어서 당분간 민간인 피해만 계속 커질 것 같다.
손제민 워싱턴 특파원,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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