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중동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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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

미국 대선의 ‘중동풍’

by 경향글로벌칼럼 2011. 12. 13.
김준형 |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내년 11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 도전할 공화당의 대선 주자를 뽑는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월3일 아이오와를 시발점으로 6월까지 이어진다.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주자는 현재 7명인데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론 폴 하원의원, 미셸 버크먼 의원·릭 페리 주지사 등이 중위그룹을, 존 헌츠먼 전 주중 대사와 릭 센토럼 전 상원의원 등이 하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CNN방송 주관 TV토론에 참석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 AP연합뉴스 | 경향DB

롬니가 안정된 선두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깅그리치가 선두로 치고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거전문가들은 선두는 계속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딱히 오바마의 대항마로서 내세울 만한 후보자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후자에 무게가 실리면서 오바마의 어부지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공화당 후보자가 한목소리로 오바마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의 대외정책이 너무 아마추어적이므로 그에게 국가안보를 계속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토론회에서 현재 국가안보 이슈 중에 가장 염려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후보자들은 중남미에서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확장 문제를 공통적으로 제기했다. 레바논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시아파 과격단체 헤즈볼라가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에서 암약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이란에는 관대하며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이스라엘은 홀대한다고 비난했다. 지난 5월 중동평화안으로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경을 1967년 이전으로 하자는 오바마의 제안은 물론이고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에 암묵적 동의를 표시했던 것을 싸잡아 맹비난했다.

또한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비민주적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 부분과 최근 주 벨기에 대사인 하워드 굿만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굿만은 오늘날 유럽에서의 ‘반유대주의(anti-semitism)’는 과거와 달리 유럽의 백인들이 아닌 유럽의 아랍이민자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에는 대팔레스타인 강경책 등 이스라엘이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런 비판이 가지는 정치적 목적은 분명하다. 안보에 대한 강조는 공화당이 가진 ‘전가의 보도’이며 미국 전체 인구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유대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다. 또한 공화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복음주의적(Evangelical) 기독교인’들의 투표 행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친이스라엘 정책이기 때문이다. 혼전 중인 공화당 경선에서의 우위는 물론이고, 대선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외정책, 그 중에서도 대중동정책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이며 오히려 역풍의 가능성도 있다. 특히 확실한 증거도 없이 중남미에서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이 확장하고 있다며 안보위기라고 과장하고 있는 것은 마치 이라크 전쟁의 구실을 찾던 때와 유사하다. 국가안보에 대한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표를 얻으려는 구태는 한국에만 있는 일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정책과는 달리 대외정책 수행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며 만일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바로 대외정책 덕택일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대중동정책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서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갈등은 없다. 공화당 주자들이 이스라엘이 이란공습을 제기했음에도 이를 일축하고 대이란 금융제재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밝힌 오바마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지만, 이 문제는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중동풍’ 전략은 아무래도 잘못 짚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과연 시대착오적인 ‘북풍’이 재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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