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초선 ‘코르테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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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박영환의 워싱턴 리포트

미 초선 ‘코르테스’의 투쟁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1. 9.

116대 미국 연방의회가 지난 3일(현지시간) 출범했다. 의원 선서가 있던 하원의 첫날 풍경은 인상적이었다. 검은색 정장으로 가득했던 본회의장에는 밝고 다양한 색상의 의상이 넘쳐났다. 민주당 진영이 특히 그랬다. 역대 최대인 102명의 여성 의원들 덕분이었다.

 

새내기 여성 의원들 중에서도 유난히 주목받은 인물이 있었다. 브롱스와 퀸스를 포함하는 뉴욕 14지구 출신 29세 최연소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그는 민주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평가할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코르테스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부모를 둔 히스패닉계다. 일상을 팔로어들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덕후이기도 하다. 그는 보스턴대를 졸업한 후 고향인 뉴욕 브롱스에서 웨이트리스, 바텐더로 생계를 꾸리며 시민운동을 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 그룹인 ‘정의 민주당원들’의 지원으로 선거에 출마했고, 당내 예비선거 때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10선의 거물 현역의원을 꺾었다.

 

의회 개원 첫날 하얀색 바지 정장을 입은 신인 코르테스가 핑크색 치마 정장을 입은 민주당 주류의 상징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포옹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이렇게 묘사했다. “경력의 정점을 찍은 78세 펠로시와 막 경력을 시작한 29세 통제불가 코르테스, 두 치열한 여성이 대통령 집무실의 72세 네안데르탈인과 싸우기 위해 힘을 합쳤다.”

 

코르테스는 샌더스 키즈답게 이념적으로 민주당 내에서 가장 왼쪽에 위치한다. 그는 의료 분야에서는 ‘모두를 위한 의료보장’, 교육에서는 ‘공립대 등록금 무료화’, 기후변화 부문에서는 ‘친환경 뉴딜’, 노동에서는 ‘보장된 일자리 프로그램’을 내세운다. 국가가 세금으로 모든 국민의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정부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12년 안에 화석연료 제로(0)로 산업구조를 재편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부자들에게 소득의 최고 70%까지 세금을 물리자고 말한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눈에 그는 뭣도 모르는 위험한 사회주의자다. 의원 선서 다음날 트위터에 화제가 된 코르테스의 동영상은 그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어나니머스Q’라는 트위터 계정은 코르테스 의원의 대학 시절 춤추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여기 미국인이 좋아하는 똑똑한 체하지만 사실 멍청하게 행동하는 사회주의자가 있다”고 적었다. 코르테스는 다음날 트위터에 의회 집무실 앞에서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며 역공했다. “공화당원들은 여성이 춤추는 걸 추잡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여성 의원 역시 춤을 춘다는 걸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자.” 여론은 코르테스 완승으로 결판났다.

 

오히려 진짜 싸움은 민주당 내부 투쟁일지 모른다. 민주당 주류 시각에서 그는 당의 이미지를 망칠 수도 있는 좌파 급진주의자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만약 남은 2년 동안 비현실적 제안 내놓기 경쟁을 한다면 우리가 집권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당내 좌편향을 비판했다. 좌파 티파티를 대표하는 코르테스가 민주당 주류와의 싸움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그는 친환경 뉴딜 실현을 위한 위원회 설치와 하원 운영규칙 문제를 두고 펠로시와 맞붙었지만 모두 패했다.

 

코르테스는 너무 급진적인 것 아니냐는 CBS 앤더슨 쿠퍼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나라를 바꾼 사람들은 모두 급진주의자였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예해방선언에 서명하는 급진적 결정을 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급진적 결정을 했다.” 코르테스는 영감을 주는 이상주의적 반항인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순진한 시대착오적 반짝 신인으로 끝날까. 초선의원 코르테스의 투쟁 결과가 궁금하다.

 

<박영환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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