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확산’까지 약속한 북한, 미 ‘종전선언’으로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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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비확산’까지 약속한 북한, 미 ‘종전선언’으로 응답해야

by 경향글로벌칼럼 2018. 10. 1.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 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그런데) 미국은 선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대북)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또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에 대해 확약했다”며 ‘비확산’도 새로이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면서 종전선언 등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미국의 조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리 외무상의 이날 연설은 본격적인 북·미 핵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 측에 제시한 협상 조건이다. 임박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맞춰 미국을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도 이제는 역지사지의 태도로 북한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북·미 협상 과정을 볼 때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무리가 아니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노선 변화에 대해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이외에 딱히 양보한 것이 없다. 70년 동안이나 적대시해온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체제안전은 보장하지 않은 채 핵부터 포기하라고 한다면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북·미 간에는 최소한의 신뢰조차 없다. 리 외무상이 이날 연설을 통해 ‘비확산’을 약속한 점도 주목된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핵무기 및 기술 확산 의심을 선제적으로 해소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 진전을 바란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영변 핵시설 영구 동결에 더해 비확산까지 추가 확약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또 다른 조치로 평가해야 한다.

 

다행히 북·미 간 대화가 진척되고 있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소개하며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핵화 실행조치와 종전선언의 선후관계를 놓고 북·미가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은 상존한다. 미국 측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북한에 유화적인 입장만 취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기회는 다시 맞기 어렵다. 북한이 요구한 상응조치는 물론 종전선언과 제재완화이다. 미국이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를 못박은 만큼 단시일 내에 가능한 것은 종전선언이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연내 종전선언으로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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