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미 정상, 비핵화 협상 성공 위한 결단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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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국제칼럼/한반도 칼럼

[사설]남·북·미 정상, 비핵화 협상 성공 위한 결단 필요하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19. 4. 10.

11일 평양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가 개막하고, 12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정치 행사가 잇따라 열리는 것이다.   


우리의 국회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기관 인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직 재추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다 주목되는 건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일 것이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북·미 협상을 되돌아보고 향후 전략을 가다듬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은 시간상으로 최고인민회의 직후에 개최되는 만큼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하노이 이후 기로에 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의 향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는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그 여파로 남북관계에도 ‘노란불’이 켜진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이후에도 비핵화 문제를 직접 풀겠다는 ‘톱다운 해결’ 의지를 보이면서 대북 추가 제재를 철회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미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의지를 재천명함으로써 북한에 협상 복귀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비핵화 방법론의 차이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론’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론’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포괄적 비핵화 합의와 단계적 동시 이행’이라는 절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내게 된다면 회담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비핵화 완료 시까지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한국 정부도 동조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중차대한 국면에서 남·북·미 정상은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재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노이 결렬 이후 내부적으로 일고 있는 대미협상 무용론을 불식하고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에 탄력을 부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북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올 오어 나싱(전부 아니면 전무)’식 태도를 버리고 실사구시적인 대북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특히 ‘제재만능론’에서 벗어나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해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대북정책의 발언권을 복원해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비핵화에 보조를 맞춰야 하며 한국도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문대로만 움직이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비핵화 절충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대북 제재에 대한 태도 변화도 이끌어낼 것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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