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맹국 정보까지 턴 미 CIA, 중국 화웨이 비난 자격 없다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사설]동맹국 정보까지 턴 미 CIA, 중국 화웨이 비난 자격 없다

by 경향글로벌칼럼 2020. 2. 13.

수십년간 120개국이 넘는 정부에 암호장비를 팔아온 스위스 회사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유였으며, 이 업체를 통해 손쉽게 세계 각국의 기밀 정보를 빼내왔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중국 당국과 유착됐을 가능성을 비판해온 미국이 수십년간 적국은 물론 한국도 포함된 동맹국의 기밀을 무차별적으로 털어왔다니 경악할 일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의 방송사 ZDF와 함께 입수한 기밀문서인 CIA 작전자료를 토대로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 ‘크립토AG’의 실체를 폭로했다. CIA와 독일 연방정보원(BND)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크립토AG를 통해 세계 각국의 기밀을 입수해 왔다. 프로그램을 미리 조작해 이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의 기밀정보를 쉽게 취득한 것이다. 크립토AG는 CIA가 BND와의 협력하에 비밀리에 소유한 회사다. 회사의 고객은 120개국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확인된 62개국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됐다. 


세계 각국이 쓰는 보안 장비를 ‘기밀 취득 통로’로 만들어 놨으니 미국의 첩보 수집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WP에 따르면 1978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이 중동평화협정을 맺을 당시 이집트 대통령의 본국과의 기밀 통신을 미국이 엿들었다고 한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당시엔 아르헨티나군의 정보를 영국에 넘겼다. ‘루비콘’으로 불리던 이 기밀 취득공작을 미국은 2018년까지 지속해 왔다고 한다. 아무리 첩보전의 세계가 냉혹하다지만, 세계 최강 국가가 이런 추악한 방식으로 각국의 기밀정보를 통째로 취득한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은 1981년 기준으로 이 회사의 8번째로 큰 고객이었다고 하니 한국 정부의 웬만한 기밀들은 죄다 미국에 넘어갔을 것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 화웨이가 당국과 유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방국들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지난해 6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이 같은 발언을 했으며 11월에는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한국 통신업체들을 불러 압박하기도 했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당사자인 CIA는 WP의 취재에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사안이라면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진상을 밝힐 의무가 있다.

반응형

댓글